호주, 세계 첫 청소년 SNS 금지법 시행…‘보호 vs 자유’ 논란 속 법적 대응 확산

연지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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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4일 오후 12:53

발행: 2025년 12월 14일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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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세계 최초의 법을 시행했습니다.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이 조치에 대해, 청소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회하고 플랫폼 레딧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이 거세집니다. EU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도 유사 규제를 검토 중이지만, 연령 확인의 실효성과 자유 침해 논란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강력한 금지법

호주가 전 세계적으로 선제적인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1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는데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주요 플랫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이 삭제되고, 신규 가입도 막혔습니다. 위반 시 최대 4950만 달러(약 486억 원)의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수 있어 빅테크 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조치를 두고 “호주 가정이 빅테크로부터 권력을 되찾는 중요한 개혁”이라고 평가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법 시행 배경에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주 청소년의 96%가 SNS를 이용하고, 이 중 70%가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 경험이 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사이버 불링을 겪었고, 약 14%는 디지털 성범죄 위험에 처해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정부는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범죄에 노출시키는 SNS의 위험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불안세대’ 논의에서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지법에 맞선 청소년과 플랫폼의 반발

하지만 이 같은 강경 조치는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장 먼저 청소년들 사이에서 다양한 우회 방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AI 필터를 이용해 콧수염을 그리거나 주름살을 추가해 성인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 부모의 도움으로 VPN을 사용하거나 성인 명의의 계정을 만드는 방식 등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연결이 봉쇄당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법적 도전도 본격화됐습니다. 익명 기반 토론 플랫폼 레딧이 선제적으로 호주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레딧은 이 법이 청소년의 정치적 발언권을 침해해 헌법상 보장된 정치적 의사소통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법 준수를 위해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신분증이나 안면 인식 정보를 요구하게 되면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레딧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친구 맺기’ 중심의 일반 SNS가 아니라 공론장에 가깝다며, 규제 대상 선정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국회의원과 청소년들도 별도의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 세계로 번지는 규제 강화 움직임

호주의 돌파구는 이미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호주의 정책을 언급하며 EU 차원의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유럽의회는 16세 이상만 부모 동의 없이 SNS와 AI 챗봇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덴마크는 15세 미만 아동의 SNS 이용 금지 법 제정을 시작했고, 말레이시아는 내년부터 16세 미만 이용을 막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와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도 유사한 규제 필요성을 검토 중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추세가 형성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계속 제기됩니다. 가장 큰 장벽은 연령 확인의 어려움입니다. 호주는 주민등록제도가 없어 정확한 나이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AI 기반 얼굴·음성 인식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아 노안 청소년이나 VPN 사용 시 우회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플랫폼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13세 미만 가입 제한도 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더 강력한 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보호와 자유 사이에서 찾아야 할 해법

논란의 한가운데에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가치가 있습니다. 한쪽은 취약한 청소년기를 SNS의 유해한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절실함이고, 다른 한쪽은 디지털 시대 청소년의 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레딧이 대안으로 제시한 미국의 ‘디지털 연령 인증법’은 이런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운영체제(OS) 제공자가 기기 설정 단계에서 나이를 확인하고, 앱에는 구체적인 개인정보 대신 ‘연령대 신호’만 전달합니다. 민감한 정보 유출 없이도 연령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성탄절까지 이번 조치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 수면 패턴, 오프라인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며 효과를 평가할 예정입니다. 결국 이 실험의 결과는 단순한 금지가 해답인지, 아니면 기술과 정책을 결합한 더 정교한 보호 장치가 필요한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게임 셧다운제의 경험을 되새기며, 일방적 금지보다는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와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