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는 ‘뺑뺑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본격화됩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요,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인력과 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핵심은 중증 응급환자가 한 기관에서 처음부터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응급실 이후의 치료 역량을 의무화하는 겁니다. 이번 개정안은 올 하반기 적용되어 권역·지역센터 재지정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강화되는 기준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담 전문의 확보 기준입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3만 명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환자 5천 명당 전문의 1명을 추가로 배치해야 합니다. 기존 기준(1만 명당 1명)보다 두 배 가까이 강화된 수치죠. 지역응급의료센터에도 처음으로 기준이 생겨 7천 명당 1명의 전담 전문의를 두도록 했습니다. 인력 수급 부담을 고려해 채용 가능한 진료과목도 기존 10개에서 산부인과, 가정의학과를 포함해 12개로 확대했습니다.
시설 측면에서도 변화가 큽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반드시 ‘응급전용 입원병상 3병상 이상’과 ‘응급전용 중환자병상 2병상 이상’을 마련해야 합니다. 권역센터의 수술실 운영 기준도 완화되면서, 전용 수술실 대신 일반 수술실을 24시간 가동하고 응급환자 발생 시 우선 사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를 통해 물리적인 수용 능력을 높이고, 자원 활용의 효율을 꾀하는 거죠.
한 곳에서 끝까지 치료받는 시스템으로
개정안은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센터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기관내 삽관, 제세동 같은 응급실 단계의 필수 처치는 물론이고, 중환자 관리, 뇌나 복부의 응급수술 같은 고난도 시술 기능까지 지정 기준에 포함시킨 겁니다. 즉, 심각한 외상이나 뇌출혈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면, 해당 센터에서 수술까지 바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권역센터는 다수 사상자 사고에 대비해 ‘재난의료지원팀’을 3개 이상 상시 운영해야 합니다. 각 팀은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으로 구성되어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궁극적으로 환자가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기 위해 이송을 반복해야 하는 불편과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실시간 정보공개로 효율적 환자 이송 체계 구축
강화된 기준만큼 중요한 것이 정보 공유 시스템입니다. 앞으로 모든 응급의료기관은 사용 가능한 병상 수, 장비 가동 현황, 전문의 근무 상태 등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실시간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변화가 생기면 즉시 재통보해야 하고, 응급의료 전용회선도 24시간 운영해야 하죠. 이를 통해 구급대원이나 중앙조정관이 환자 상태에 맞는, 병상이 확보된 병원으로 바로 안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아울러 5년마다 실시되는 ‘응급의료 실태조사’의 근거도 마련되어, 수요와 인프라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공개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수용 거부에 대한 직접적 제재보다는, 이러한 기준 충족도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병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입니다. 이번 전면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 뿌리내리기까지는 인력 확보와 예산 지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오랜 숙제였던 응급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보강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