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망 위기, 첨단 산업의 '희토류' 딜레마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첨단 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산업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전기차 모터 부품에 쓰이는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가 셧다운 위기에 직면하는 등, 중국산 소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한국 첨단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터리 소재인 흑연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전구체, 수산화리튬,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무수불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따른 파장이 예상됩니다.
중국의 압도적 점유율과 한국 기업의 고충
중국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는 덤핑 전략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내 첨단 소재 업체들은 이러한 중국의 공세에 맞서 판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당시에도 소재 국산화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중국산의 공세에 밀려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배터리용 흑연의 경우, 국내 생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대비 30% 이상 높은 가격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는 원자재 수입선이 막히면서 생산 차질을 넘어 셧다운 위기까지 맞고 있습니다. 첨단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중국의 전략적 카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를 넘어, 미국과의 첨예한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달 말 예정된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외에도 미국 선박 대상 입항료 부과,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인수합병(M&A) 불허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최저 가격 보장제'와 같은 정책을 시행하며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경제적 생존과 안보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소재 독립' 위한 국가 차원의 해법 모색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구개발(R&D)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산업연구원 경영부원장은 R&D를 넘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양산 가능한 기업들이 다수 생겨나고 탄탄한 제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진정한 '소재 독립'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미국의 핵심 광물 최저 가격 보장제와 유사한 정책을 도입해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주거나,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변동성 높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와 생산 능력을 갖추는 장기적인 국가 전략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