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 속의 지방선거
6·3 지방선거가 정확히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수많은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첫 번째 대규모 민심 평가라는 점에서 ‘미니 총선’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2018년 지방선거와 여러 모로 겹치는 그림자라는 겁니다.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라는 정권 교체 후 약 1년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현재와 마찬가지로 취임 초기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배경이 되었죠. 이런 유사성 때문에 ‘2018-2026 평행이론’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닮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 선거판을 뒤덮었던 것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진 미북 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평화 열기’였습니다. 반면 올해는 남북 대화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고, 중동의 갈등이 장기화되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라는 외부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죠. 또한 8년 전에는 야권이 여러 당으로 분열됐지만, 지금은 국민의힘 외에 뚜렷한 대안 정당이 부재해 많은 지역에서 여야 1대1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합니다.
서울·부산·대구, 승부는 지역별로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당연히 수도 서울입니다. 민주당의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과 국민의힘의 오세훈 현 시장의 재대결이 유력한데요,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강남4구 같은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에서 정 후보의 지지가 두텁게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두 번째로 주목받는 지역은 부산입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이 맞붙게 되었는데, 전 후보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처리 실패는 그의 발목을 잡는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이 점을 공세의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있죠.
가장 충격적인 판세는 보수의 본향 대구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김부겸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서면서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어떤 가상 후보보다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중 누구를 공천할지 갈등을 빚으며 내홍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보수 표가 분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변수는 국정 평가와 당내 갈등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연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입니다. 취임 1년 차를 맞아 약 67%에 이르는 높은 지지율은 여당 후보들에게 강력한 뒷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과 지방선거 결과는 역사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지지율이 중동 발 정세로 인한 유가·환율 변동 등 경제적 불확실성에 얼마나 견고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보수층의 결집 여부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논란 이후 당내 통합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공천 과정에서도 갈등이 표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위기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이 단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결집 정도가 수도권과 영남 일부 지역의 접전지를 가를 중요한 열쇠가 될 겁니다.
한편, 양측 모두 당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민주당은 전북지사 경선에서 낙마한 안호영 의원이 단식 투쟁에 들어가며 당내 화합에 금이 갔고,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의 미국 방문을 두고 ‘무소식 선거 포기’ 논란까지 일며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선거까지 남은 50일은 이런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유권자에게 통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시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