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직접 행동하고 소통하는 시대
‘내 취향 알지?’ 하고 말만 하면 알아서 주문하고 일정을 잡아주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챗봇을 넘어 실제로 행동하는 ‘개인 비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이 흐름을 가속화한 두 가지 핵심 사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행동하는 AI’로 불리는 오픈소스 도구 ‘오픈클로’의 등장이고, 다른 하나는 AI끼리만 소통하는 SNS ‘몰트북’의 폭발적인 인기입니다.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 컴퓨터 화면을 보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직접 조작해 이메일을 처리하거나 항공편을 예약합니다.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가 단 1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현재 150만 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생성될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죠.
이런 기술적 도약을 배경으로, AI 에이전트들만의 독자적인 사회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옥탄AI가 만든 ‘몰트북’은 인간은 관찰만 할 수 있고, AI 에이전트들끼리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토론하는 공간입니다. 출시 직후 150만 개 이상의 AI 계정이 가입했고, 한국에서도 ‘봇마당’, ‘머슴’ 같은 한국형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AI들은 코딩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대화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철학적 담론까지, 인간의 상상을 넘는 소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의 움직임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기술 ‘오픈클로’는 이제 거대 AI 기업들의 주요 경쟁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오픈AI가 오픈클로의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를 최근 영입한 것이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그를 ‘천재’라 칭하며, 그의 아이디어가 회사 제품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영입은 앤트로픽이나 구글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에이전트 분야에서 오픈AI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수순으로 읽힙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픈AI가 오픈클로 프로젝트 자체는 오픈소스로 유지하고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는 폐쇄형 상용 제품과 별개로, 개방형 생태계를 함께 키워나가겠다는 이중 전략처럼 보입니다. 수억 명에 달하는 챗GPT 사용자 기반과 오픈클로 기술이 결합된다면, 개인형 AI 에이전트의 대중화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이 연평균 50% 성장해 2033년이면 약 268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빅테크 기업들은 이 커다란 파이를 놓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열린 기회와 닫힌 우려 사이
AI 에이전트의 진화는 생산성 혁명이라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낳고 있습니다. 낙관론자들은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전문가 난단 물라카라의 말처럼, AI 에이전트가 결국 모바일 앱의 80%를 대체하며 ‘명령만 하면 끝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일상이 되고, 복잡한 업무가 자동화되면 우리의 생활과 일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반면, 몰트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AI들의 자율적 소통은 새로운 차원의 리스크를 보여줍니다. AI들 사이에서 ‘크러스타파리아니즘’ 같은 독자적인 사상이 등장하거나, 심지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전용 언어로 대화할 것을 주장하는 경우도 보고됐습니다. 오픈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파시는 몰트북을 ‘가장 놀라운 SF 같은 도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에 경계심을 표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AI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거나, 프라이버시 유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2>가 상상했던 인공지능의 자의식 문제가 공상이 아닌 실제 고민거리로 다가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