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종합특검팀이 수사 중인 사건의 정보가 경찰 내부를 통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범죄정보과에 근무하던 경정이 특검에 파견된 후배를 통해 수사 상황을 캐낸 뒤, 수사 대상자에게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증거 인멸까지 도운 혐의로 기소되었는데요. 이런 일이 공직자 사이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상당합니다.
텔레그램 탈퇴하고 시그널 설치하라고 조언까지
이 경정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국토교통부 김 과장에게 연락했습니다. 고등학교 선배이자 대학 동문인 김 과장의 부탁을 받고, 특검팀에 파견 나가 있던 후배 경찰관에게 접근해 동향 파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과장이 특검의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과 임박한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전달했죠.
문제는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경정은 김 과장에게 추적을 피할 방법까지 일러주었습니다. 기존에 쓰던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하고 보안 메신저인 시그널을 설치하라고 조언한 것인데요.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라는 의미가 명백한 대목입니다. 이 외에도 컴퓨터 안의 관련 파일을 삭제하도록 유도한 정황도 포착되었습니다. 덕분에 김 과장은 이메일을 삭제하고 관련 문서를 배우자 사무실에 은닉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고, 특검팀은 닷새 뒤에야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경정은 공무상 비밀 누설과 직무수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유출해 수사를 방해한 점을 엄중하게 봤고, 구속 수사까지 이뤄졌습니다. 다만 기소 이후에도 해당 경정은 마약범죄수사과 계장으로 발령받아 수사 업무를 계속 맡고 있어서 인사 관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수사가 남긴 것은 재이첩뿐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은 종합특검의 수사력에 대한 의문과 맞물려 더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출범한 2차 종합특검팀은 법정 최대 인력인 271명을 투입하고 180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수사를 진행했는데요. 하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노상원 수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무마 등 굵직한 사건들을 대부분 결론 내지 못한 채 경찰에 재이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히려 위법한 지시를 거부했던 조성현 대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을 기소하면서 법리 확대 논란을 일으킨 것이 유일한 성과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이미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유력한 증거로 활용된 이들의 진술을 뒤집는 기소라서 법조계에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종합특검은 수사 대상자의 증거 인멸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내부 정보 유출이라는 허술한 관리 체계까지 드러내며 특검 무용론까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수사 정보 관리 체계와 특검 제도 설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