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첫 단추를 꿰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이 첫발을 떼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1일, 부산대학교와 전남대학교, 충남대학교를 거점국립대 성장엔진 및 AI 패키지 지원 대학으로 최종 선정했는데요. 선정된 대학에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대학당 총 3,500억 원에서 5,000억 원 규모의 정부 재정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는 지역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해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됩니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골고루 나눠주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준비도가 높은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입니다. 교육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9개 부처 정부위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실무위원회를 통해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와의 정합성, 지역 및 대학의 준비도, 교육 연구 혁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해양부터 반도체까지, 달라지는 3개 대학
선정된 대학들은 각자의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파격적인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부산대학교는 2028년까지 '혁신제조해양융합대학'을 신설해 조선해양과 항공우주 분야를 융합하고, LG전자와 한화 등과 계약학과를 운영하며 세계 100위권 단과대학 진입을 노립니다. 또한 양산캠퍼스에 16만 6,000평 규모의 산업AX 연구캠퍼스를 조성해 기업의 현장 난제를 직접 해결하는 개방형 연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전남대학교는 첨단반도체와 미래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첨단융합대학'을 설립하고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등과 공동연구소를 세우며 서남권 27개 대학이 참여하는 공유대학 체계를 구축합니다. 충남대학교는 카이스트와 손잡고 '넥서스 과학기술대학'을 신설하고, 중부권 성장엔진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이처럼 각 대학은 단순히 예산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함께하는 산학일체형 생태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탈락 논란과 서열화 우려, 숙제는 남았다
화려한 첫걸음 이면에는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대구와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경북대학교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기존 글로컬대학 평가에서 경북대가 B등급을 받은 반면, 이번에 선정된 전남대와 충남대는 각각 C등급과 D등급이었다며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의원은 교육부처가 아닌 타 부처 실국장들이 평가를 주도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결정이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지역 차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도 선별 지원이 국립대학 간 새로운 서열을 만들고, 선정되지 못한 대학에 '탈락 대학'이라는 낙인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국교조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경쟁적 사업비 몰아주기가 아닌 안정적인 기본 재정과 장기적인 교육 연구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하며, 모든 국립대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앞으로 교육부는 성과관리위원회를 통해 엄격한 평가를 진행하며 재정 지원을 차등화할 계획인데요. 일각에서는 특정 산업 분야에 집중된 지원이 기초학문이나 인문학 분야를 소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어떤 대학이 진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낙오된 대학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