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뒤 불붙은 히잡 갈등
이란 사회가 다시 히잡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충돌로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정부의 관심이 쏠려 있어 히잡 단속이 한동안 느슨해졌는데요. 최근 보수 강경파들이 이를 다시 죄기 시작하면서 여성들과의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테헤란 검찰청은 시내 카페와 식당, 의류 판매점을 상대로 복장 규정 위반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고, 국영매체 역시 규정을 어겨 문 닫은 가게들을 집중 보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움직임 뒤에는 강경 보수 인사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테헤란 금요 대예배 집전자인 모하마드 자바드 하즈 알리 아크바리와 케이한 신문의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 편집장 등은 히잡 단속을 종교적 사명이자 법적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의 노출을 조장하는 조직적 시도가 있다고 비판하며 국가 차원의 강력한 통제를 촉구하고 있죠.
대통령도 말리는 단속 강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다른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법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강제할 수 없다며 강제 단속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히잡 문제는 모스크를 통한 종교적 노력과 설득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전직 국회의원 골람알리 자파르자데 이마나버디 역시 히잡 단속보다 물가 상승과 민생고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현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사실 이란 정권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4년 전 마흐사 아미니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 히잡 시위 이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히잡 착용 거부가 일상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전쟁 기간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이 흐름은 더욱 확산되었고, 지금 돌연 강제 규제를 되살린다면 또 다른 사회적 저항을 야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죠.
거리로 나선 젊은 여성들
현재 이란 젊은 여성들의 저항은 이전보다 더욱 대담해진 모습입니다. 시라즈에서는 이른바 오토바이 소녀들이 헬멧만 쓴 채 거리를 달리는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었고,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에서도 히잡 없이 혹은 느슨하게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띕니다. 여성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연대를 이어가며 강경파가 원하는 과거의 억압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AI 기반 스마트 감시 시스템까지 도입해 히잡 미착용자를 자동으로 식별하려는 움직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기술로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불 보듯 뻔합니다. 전쟁과 경제 위기라는 산적한 과제 속에서 이란 정권이 히잡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향후 사회 안정과 직결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