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친일 논란과 '파묘' 시대, 역사적 책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머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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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수정 · 2026년 8월 24일 오후 1:05

발행: 2026년 8월 24일 오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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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의 '파묘' 현상과 역사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역사 문제를 넘어 계급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박탈감이 표출된 이번 사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과 연좌제식 비난의 위험성을 드러냈습니다. 나치 후손들의 진정성 있는 속죄 사례가 제시되는 가운데, 공인으로서 역사적 무게를 어떻게 짊어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요구됩니다.

금수저 자랑이 친일 논란으로 번지다

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임을 밝힌 것이 되돌아와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면서 말이죠. 소속사는 처음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가 금세 사과로 입장을 바꿨는데요, 이미 불붙은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친일 행적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안상호는 근대 의료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해서 역사적 평가가 복잡한데요, 문제는 '가문 자랑'으로 포장된 금수저 배경이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박탈감을 건드렸다는 점입니다. 청년 세대가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평등을 겪는 상황에서, 부의 세습이 '친일'이라는 역린과 만난 것이죠. 반면 무명 시절을 극복한 신인 걸그룹 리센느에게 쏟아지는 응원과 대조되는 모습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제 누구나 과거를 소환한다

이번 논란은 이른바 '파묘' 현상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기록이 영구히 남는 시대에 사람들은 유명인뿐 아니라 그 조상의 과거까지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배우 하영 사례처럼 당사자의 발언 하나가 100년 전 기록까지 끌어내는 촉매가 되기도 하죠.

물론 과거를 발굴하는 것 자체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뒤늦게 알려져 훈장을 받는 사례도 있고, 방송인의 오랜 후원 활동이 공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공격 수단이 되고, 가족의 과거까지 현재의 잣대로 단죄하는 연좌제식 비난이 난무하는 건 분명 위험합니다. 특히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인용하며 클릭 수를 노리는 보도 태도는 이런 현상을 부추깁니다.

진정한 속죄는 어떤 모습인가

이런 상황에서 나치 후손들의 사례가 해답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배우 에릭 브래든은 아버지의 나치 당원 경력을 스스로 밝히고 유대인 커뮤니티와 교류하며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영화감독 토마스 할란은 아버지의 범죄를 고발하며 이천 명 이상의 나치 전범 기소에 기여했고, 하인리히 힘러의 종손녀 카트린 힘러는 학술적 폭로와 피해자 후손과의 만남으로 역사적 책임을 짊어졌습니다.

하영 역시 SNS를 통해 사과하며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대중이 원하는 건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고 피해자를 향한 구체적인 노력입니다. 연좌제는 경계해야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공인으로서 조상의 역사적 무게를 어떻게 짊어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과거를 왜곡하지도, 쉽게 잊지도 않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