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첫날, 마이크론도 넘어선 시총 1조 2천억 달러
SK하이닉스가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공모가 149달러보다 13% 가까이 오른 168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약 1조 2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시총을 단 하루 만에 제친 수치이며, 외국 기업 ADR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65억 달러(약 40조 원)의 자금을 조달한 결과입니다. 곽노정 CEO는 25년 전 파산 직전의 위기를 극복하고 HBM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단이 오늘을 만들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역김치 프리미엄' 띄운 채, 국내 주가는 어디로
나스닥에서의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눈에 띄는 현상은 이른바 '역김치 프리미엄'입니다. ADR 종가가 국내 본주보다 15% 이상 높게 형성된 건데요. 원래 아메리칸 디포지터리 쉐어(ADS)와 본주 간에는 가격 차이가 생기면 차익거래로 빠르게 맞춰지지만, 현재는 결제 시차와 세제, 규제 문제로 실시간 전환이 일시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UBS 등 일부 외국계 기관은 ADS 매수와 동시에 국내 라인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국내 본주가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의 재평가가 국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긍정론도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AI 메모리 패러다임과 미래 투자 지도
이번 상장의 배경에는 AI 혁명을 이끄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확고한 주도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AI로 인한 메모리 수요 폭발이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호황과 불황 주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확보한 자금은 우선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투입될 예정이며, 전력과 용수 여건이 맞는다면 미국 내 추가 생산시설 투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생산 확대 압박 속에서 국내 투자를 줄이지 않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복잡한 퍼즐이 시작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