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광장에만 머물렀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이탈리아 밀라노 시내 대부분의 거리에서는 올림픽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개회식이 열린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두오모 대성당 앞 광장을 제외하면 올림픽 픽토그램이나 공식 마스코트를 쉽게 발견할 수 없는데요. 현지 유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는 사실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20년 만의 동계올림픽 개최임에도, 유치 당시 80%가 넘던 찬성 여론과는 현저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죠.
이런 냉담함은 공식 행사장 주변에서도 확인됩니다. 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MMC) 옆 쇼핑몰이나 공원, 심지어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장 근처에서도 특별한 장식이나 홍보물은 보기 드뭅니다. 개회식 당일 산시로 스타디움과 MMC 주변은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였다는 현장 취재 기록도 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개회식 성공과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 시작을 통해 흥행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아직 현지의 일상 속으로 올림픽이 스며들지 못한 모습입니다.
성화 아래 모인 사람들의 열정
그러나 완전히 침묵하는 것은 아닙니다. 밀라노에서 올림픽의 열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단연 두오모 광장입니다. 성화 봉송 당일, 이 광장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가득 찼는데요. 성화 최종 점화식을 보기 위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광장을 메웠고, 임시로 설치된 계단과 가로등 주변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사회자의 안내와 이탈리아 국민가요 ‘볼라레’가 흘러나오자, 현지인과 외국인 할 것 없이 합창하며 하나가 되는 모습은 올림픽이 선사할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봉송 주자인 발레 무용수 니콜레타 마니가 성화를 들어 올려 임시 성화대에 불을 옮기는 순간, 광장을 가득 메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죠. 그리스에서 시작해 1만2천km의 여정을 마친 성화의 불꽃은 이곳에서 17일간 타오르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올림픽이 가진 상징성과 감동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단면이었습니다. 공식 굿즈숍과 오메가 하우스 등이 자리 잡은 이 광장만은 확실히 ‘올림픽 모드’로 전환되어 있었죠.
분산 개최와 ‘저비용’의 그늘
왜 밀라노 시내와 두오모 광장 사이에 이런 극명한 온도 차가 발생했을까요? 전문가들과 현지 관측자들은 대회의 ‘분산 개최’ 방식과 ‘저비용·고효율’ 운영 원칙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이번 대회는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를 비롯해 총 6개 도시에 걸쳐 경기장이 흩어져 있어요. 이로 인해 조직위원회의 역량과 홍보 자원이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도시가 올림픽으로 완전히 물들기보다는, 특정 구역이나 광장에만 이벤트가 한정되는 형태가 된 거죠.
또한, 과도한 지출을 경계하는 국제적 여론을 반영한 ‘저비용’ 운영 기조는 도시 전체를 장식하는 대규모 홍보 활동이나 공공 시설 설치를 최소화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대회의 열기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즉, 효율성과 절제를 우선시한 운영 방식이 도시 전체의 축제 분위기 형성에는 다소 부족함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선수촌 내부의 작은 소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경기가 연기되거나, 벨기에 기수 막시밀리앙 드리옹이 스위스에서 밀라노로 오는 열차가 취소되어 개회식에 불참하는 해프닝은 완벽하지 않은 운영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은 전통적인 올림픽의 위엄과 화려함보다는, 절제와 분산을 통한 새로운 개최 모델의 실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오모 광장의 뜨거운 열정은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존재함을 보여주지만, 썰렁한 시내 거리는 대회가 시민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되며 경기 결과에 시선이 집중될 테지만, 이번 대회가 남길 진정한 유산은 ‘어떻게 올림픽을 개최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