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없는 사건
지난 23일 한 유튜브 채널에 '울릉도 패키지여행 마지막 강매당한 사건'이라는 1분 53초짜리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가이드가 관광객 30명을 창고에 가두고 1인당 30만 원어치 특산품을 사지 않으면 배표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고, 신고로 풀려나 위자료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죠. 조회수는 10만 회를 넘겼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냐"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는 달랐습니다. 울릉군이 경찰과 해경에 알아본 결과 해당 신고는 접수된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영상에 쓰인 장면도 무관한 자료와 AI 음성을 붙여 만든 것으로 드러났고, 사진이나 영상 같은 증거도 없었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영상 한 편이 섬 전체의 여론을 뒤흔든 셈입니다. 울릉군은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명예훼손 혐의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듯하게 들렸나
문제는 이 영상이 낯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울릉도는 앞서 비계 삼겹살 논란과 택시 요금, 마른 오징어 가격 등 바가지 시비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습니다. 여수 포장마차의 28만 원 사례 역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14만 회 넘게 재생됐죠. 이미 쌓인 불신이 구체적인 가격표를 만나자 검증 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확산 속도도 예전과 다릅니다. AI 음성을 입힌 짧은 영상은 제작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숏폼 콘텐츠는 자극적인 숫자 하나로 조회수를 끌어올립니다. 기술이 거짓의 원인은 아니지만, 의심을 상품으로 바꾸는 문턱을 크게 낮춘 건 분명합니다.
남은 숙제
울릉도 방문객은 2022년 46만 1,375명에서 2023년 34만 7,086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6만 명 안팎에 그칠 전망입니다. 다만 이 감소를 이번 영상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여행 수요 변화와 여객선 결항 같은 요인도 함께 작용했으니까요.
울릉참여연대는 다른 지점을 짚습니다. 허위 유튜버 처벌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식당·숙박·렌터카의 불투명한 요금 체계 개편, 불공정 업소 페널티와 우수 업소 인센티브, 지속적인 현장 점검을 제안했습니다.
영상 삭제와 고발은 필요한 조치입니다. 다만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없애는 건 결국 현장의 서비스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섬이라는 특수성 뒤에 숨어 있던 관행까지 함께 손봐야 할 시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