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던진 9,500억 달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무려 9,5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협력과 5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이라는 대형 성과를 거뒀는데요. 단순한 의향서를 넘어 구체적인 수치가 담긴 이번 협력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서밋의 핵심은 국내 기업과 해외 빅테크 간 맺어진 6건의 전략적 협약에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드리 분야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고요. SK그룹은 엔비디아와 메모리 반도체 구매 및 최대 2GW 규모의 AIDC 구축을 포함해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사전 주문 방식의 협력은 수요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움직이는 구체적인 협력 내용
개별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모리 반도체 구매 협력을, SK텔레콤은 앤스로픽과 GW급 AIDC 프로젝트 투자를 각각 추진합니다. 네이버 역시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를 상대로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과 인프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총 1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확보했습니다.
반도체 칩 외에도 협력의 폭은 꽤 넓게 펼쳐졌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기로 했고, 삼성SDS는 앤스로픽과 AI 신규 시장 발굴 및 응용 AI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엔비디아는 KAIST와 서울대학교에 AI 테크놀로지센터를 설립해 국내 맞춤형 AI 연구와 인재 육성도 지원하기로 했죠.
반도체 사이클의 변동성을 넘어서다
사실 이번 협력의 의미는 단순한 수주 계약을 넘어선 측면이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가격이 급등락하는 '반도체 사이클'에 시달려 왔는데요. 대규모 장기 협약을 통해 사전에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은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의 피크아웃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이런 흐름은 하드웨어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AI 서버 수요 폭증이 HBM 등 고성능 반도체뿐만 아니라 고다층 PCB와 고성능 MLCC 등 전자부품의 수요까지 견인하면서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모습입니다. 맞춤형 AI 칩 설계에 맞춘 부품 최적화가 중요해지면서 설계 단계부터 부품사와 협력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정착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는 이번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신속히 이행해 우리나라가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생산기지이자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점을 살린 이번 도약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