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내려진 ‘이중고’ 판결
지난 3월 26일, 미국 법원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운영 방식에 대해 역사적인 판결을 연달아 내렸습니다. 뉴멕시코주 법원은 메타가 자사 플랫폼에서 아동 성착취를 방치했다는 혐의로 약 56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불과 2분 뒤,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메타의 인스타그램과 구글의 유튜브가 아동·청소년을 중독시켜 정신 건강에 해를 끼쳤다고 판단해 총 약 105억 원의 배상을 명령했죠. 이번 판결들은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설계 자체가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두 판결 모두 메타가 주요 당사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아동 보호와 관련된 뉴멕시코주의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메타가 아동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는데요, 검찰의 잠복 수사 결과가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14세 이하 아동으로 위장한 프로필을 통해 수천 건의 위반 행위가 적발된 겁니다.
알고리즘, 보호보다 연결을 우선시하다
두 사건의 핵심에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뉴멕시코주 검찰은 메타의 알고리즘이 성인 이용자로 하여금 아동과 접촉하고 불법 아동 성착취물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연결과 참여를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이 의도치 않게 위험한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거죠. 메타는 이에 대해 플랫폼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항소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의 중독성 설계 소송은 플랫폼의 사용자 경험(UX)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았습니다. 원고 측은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알고리즘 추천, ‘좋아요’ 버튼 등의 기능이 중독을 유발했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경우, 외모 비교를 부추기는 필터 기능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강조되었죠. 재미있는 점은 같은 소송에서 메타가 유튜브보다 2배 이상 많은 배상금을 부담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는 원고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더 길었던 점과, 마크 저커버그 CEO의 법정 증언 태도가 고려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소셜미디어 산업의 전환점이 될까
이번 판결들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오랫동안 의지해 온 ‘통신품위법(CDA) 제230조’의 보호막에 균열이 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해당 조항은 플랫폼이 사용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대해 일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해왔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들은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설계한 시스템과 알고리즘 자체의 유해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1990년대 담배 회사들의 유해성 소송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현재 메타, 유튜브, 틱톡, 스냅챗 등을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수천 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멕시코주의 라울 토레즈 법무부 장관은 해당 주 정부가 아동을 해친 기술 기업을 상대로 처음 승소한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이번 판결들을 계기로 대규모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더 많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설계 철학과 사업 모델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받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