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사라진 182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287개 종목의 평가액이 6월 30일 515조 9,293억 원에서 10월 15일 333조 5,3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100여 일 만에 182조 3,963억 원, 35.3%가 사라진 셈입니다. 감소분의 대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서 나왔습니다. SK하이닉스가 74조 2,261억 원, 삼성전자가 56조 8,710억 원 줄어 두 종목만으로 전체 감소분의 71.8%를 차지했습니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LG에너지솔루션, 한화솔루션 등 에너지·배터리 종목은 평가액이 늘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일부 종목 지분을 늘리고 일부는 줄이며 변동성에 대응했습니다.
숫자가 커진 배경
쟁점은 올해 초의 결정입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1월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고, 5월에는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끌어올렸습니다. 10년간 이어온 축소 기조를 뒤집은 겁니다. 회의록은 2030년까지 비공개로 묶였습니다.
평가액 감소를 확정 손실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기금위는 목표 비중 상향이 곧 추가 매수를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7월 한 달 적립금 감소액은 약 181조 원이지만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김성주 이사장은 전문가 이견이 없었고 정부 주문이 그대로 통과된 사례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으로 번진 공방
국민의힘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기금 카지노'라 표현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와 대통령의 사과도 함께 요구했습니다. 연금법 102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시민단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 장관, 김 이사장 등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도 시점을 늦춰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겁니다.
전문가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국내 기관 수급이 취약해진 점을 지적했습니다. 182조가 확인된 손실이 아니라 평가액 변동이라는 사실, 기금 고갈 시점을 주가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이 함께 검증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