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이어지는 진화 총력전
경남 밀양의 산불 진화 작업이 이틀째 접어들었습니다. 23일 오후 4시 10분쯤 삼랑진읍 검세리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6.5km에 달하는 화선을 만들었습니다. 산림당국은 헬기 34대와 지상 인력 890여 명을 투입해 민가와 요양병원 등 주요 시설을 우선 보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24일 오전 기준 진화율은 85%를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능선과 급경사지에 남은 1km의 화선을 완전히 잡기 위해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산불 발생 직후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부산·울산 등 인근 지역 소방력을 긴급 투입하는 등 초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야간 진화가 본격화되면서 중앙119구조본부의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이 현장에 배치됐습니다. 이 시스템은 분당 4만5천 리터의 물을 방사할 수 있어, 화살이 민가 방향으로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산림청 또한 상황이 심각해지자 24일 0시를 기해 현장 통합지휘권을 산림청장에게 이양하며 보다 강력하고 통합된 지휘 체계 아래 진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인근 주민과 요양병원 환자 등 180여 명은 안전하게 대피 조치됐습니다.
함양 불 잡자 밀양 불…한 달 앞당겨진 대형산불
밀양 산불은 경남 함양에서 44시간 만에 진화된 대형산불 직후에 발생했습니다. 함양 산불은 234헥타르의 산림을 태우며 올해 첫 대형산불로 기록됐는데요, 발생 시점이 지난해보다 무려 한 달가량 앞당겨진 것이 특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건조 현상이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경남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예년 평균의 1.5% 수준에 불과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적은 ‘역대급 메마름’을 기록했습니다. 건조특보가 장기화된 상태에서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자,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키워지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올해 들어 산불 누적 발생 건수 자체가 이미 예년 수준을 넘어섰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함양과 밀양에서 잇따른 산불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후 조건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재난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최대순간풍속을 반영하도록 지난해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볼 수 없던 초기 대형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레디셋고’ 시스템 가동과 예방의 교훈
이번 산불에서 두드러진 점은 신속한 주민 대피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산불 발생 직후 ‘레디셋고(Ready-Set-Go)’ 대피 지침에 따라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대피를 안내했습니다. 이 지침은 재난 발생 시 단계별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한 매뉴얼로, 이번 사태에서 인명 피해가 전무했던 데는 공식화된 대피 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한 덕분이 컸습니다. 산림청은 현장 통합지휘본부를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진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남은 화선의 완전 진화와 향후 전망으로 쏠립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4일 영남 지역에 최대 10cm 안팎의 눈이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진화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산림당국은 단기 강수로 인한 안도감보다는 근본적인 예방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은식 산림청장 직무대리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산불이 대형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생활 쓰레기나 영농부산물 소각을 절대 금지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이번 잇단 산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체계적인 대비와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