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24% 급락한 금, 전쟁에도 반등이 쉽지 않은 이유
금값이 올해 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크게 내리막을 탔습니다. 지난 1월 온스당 5,354달러까지 오르더니, 7월 중반에는 4,063달러까지 밀려나며 고점 대비 약 24% 하락했는데요. 전통적으로 전쟁이나 지정학적 위기가 터지면 오르는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이 이번에는 예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현실화된 가운데서도 금값은 되레 약세를 보이다가 최근에서야 간신히 4,000달러 선을 회복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안전자산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금리와 달러 강세가 밀어낸 안전자산
당연히 이런 하락세 뒤에는 금리와 달러의 강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과 매파적 연준의 금리 정책으로 인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 매력이 커졌고,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은 상대적으로 밀렸습니다. 게다가 달러 인덱스가 올해 초 90선에서 100선까지 올라서며 달러 패권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자, 달러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방 압력을 받았습니다. 사실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순매도도 가격 급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히는데, 지난 3월에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총 121톤의 금을 내다 팔았습니다. 이후 매수세가 돌아왔지만, 시장의 심리는 이미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반등의 계기와 여전히 어두운 전망
반대로 최근 들어 금값이 4,000달러를 넘어서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건, 안전 선호 심리가 다시 작용한 결과입니다. 중국 AI 기업 문샷의 등장으로 미국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중동의 무력 충돌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피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금 선물 가격은 8월 인도분 기준 4,015달러 선까지 올랐습니다. 물론 이런 반등이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말 금값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으며, 대규모 통화량 확대가 없다면 과거 전고점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세계 금 협회 역시 저가 매집 수요가 추가 하락을 막아주며 당분간 박스권 움직임을 이어갈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