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지급, 그러나 사용엔 걸림돌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피해지원금 지급에 나섰습니다. 오는 4월 27일부터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된다는 계획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이 조치는 서민 경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는데요. 하지만 지급 방식이 지역화폐로 이뤄지면서, 정작 주유소에서 사용하려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등록된 주유소가 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전체 2,247개 주유소 중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곳은 고작 204개소에 불과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10%도 채 되지 않죠. 특히 과천시나 광명시 등 6개 시·군에서는 단 한 곳의 주유소도 지역화폐를 받지 않습니다. 이는 지원금의 주요 소비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유 활동에 직접적인 제약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가맹점 등록의 현실적 장벽
왜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을까요? 그 이유는 지역화폐 가맹점 신청 조건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매출 30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는데, 주유소의 평균 매출액은 이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40억 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결국, 제도 설계 자체가 일반적인 주유소 영업 현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지역별 편차도 상당합니다. 가평군이나 이천시처럼 20곳 이상의 주유소에서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한 지역이 있는 반면, 앞서 언급한 몇몇 지역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발급됐을 때, 지역화폐 형태로 받은 비율이 22~23%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비율의 국민이 지역화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에게 이번 지원금은 주유소에서 쓰기 어려운 ‘제한된 화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도 보완 요구와 향후 과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들은 주유소 업종이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인 지역 내 소상공인 지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행정안전부의 매출 기준 완화 등 지침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내놓고 있습니다. 지원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한편, 지원금 신청 방법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대상자라면 4월 27일 이후 정부24 포털이나 카카오톡 같은 채널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지역화폐나 카드 형태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국민이 선택한 형태의 지원금이 의도한 대로, 불편 없이 소비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보완하는 일입니다. 고유가라는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정부의 빠른 결정은 환영받지만, 정책의 디테일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 사업 전체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