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4대째 의사 집안의 숨은 역사
배우 하영이 과거 예능에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던 4대째 의사 집안의 뿌리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증조부인 안상호가 이토 히로부미 추도 모임에 참석하고, 조선총독부 협력 단체인 대정친목회와 경성부협의회에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8년 매일신보에서 '내선일체 모범 사례'로 소개될 만큼 적극적인 친일 행보를 보였는데요. 이는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는 가족의 영광과 정반대되는 기록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하영은 소속사를 통해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직접 자료를 확인하고 자필 편지로 공식 사과했습니다. 다만 조부인 안부호의 소록도 병원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경기 안양시는 과거 안상호를 독립운동가로 소개했다가 해당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하는 등 파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후손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한가
이번 논란은 조상의 잘못을 후손에게 묻는 연좌제 논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헌법 제13조 제3항을 근거로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역사적 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소비한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간호사는 자신의 증조부 역시 친일파였다고 고백하며 환자를 돌보는 일로 조상의 업보를 청산한다는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연구소 측은 등재 기준인 '적극성'과 '지속 반복성'을 엄격하게 적용한 결과이며, 이후 새로운 기록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름이 사전에 없다고 친일 행적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과거사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과거사를 대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독일은 나치 범죄 이후 '과거사 극복'과 '기억 문화'를 통해 후손에게 죄를 묻기보다 사회 전체가 비극을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왔습니다. 한국 역시 반민특위의 미완성으로 인해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아픈 역사가 있는 만큼, 개인의 혈연을 넘어 집단적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하영은 사과문에서 앞으로 역사를 깊이 공부하고 독립유공자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논란이 단순히 특정 인물의 가족사를 넘어, 우리가 조상의 행적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역사의식으로 미래를 열어가야 할지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