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단축 확인한 첫 항해
해양수산부가 22일 공개한 시범운항 결과에 따르면, 2026년 8월 22일 부산을 출발한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해를 거쳐 유럽 항만을 들른 뒤 50일 일정으로 부산에 돌아왔습니다. 2,758TEU급 컨테이너선인 이 배는 쇄빙선 없이 북극항로를 통과했고, 수에즈 노선보다 거리는 약 35%, 기간은 10일가량 줄였습니다. 편도 운항은 20.2일이 걸렸고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쳤습니다. 출항 때 737TEU 화학제품, 귀항 때 1,743TEU 공컨테이너를 실었습니다. 국내 선박이 북극항로를 실제 상업 운송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한 첫 실증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유빙과 시차, 예상 못 한 변수
현장은 쉽지 않았습니다. 8월 31일 밤부터 9월 1일 새벽 사이 브랑겔섬 남쪽에서 유빙이 길을 막았고, 선원들은 해가 뜨기를 기다려 저속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빌키츠키 해협에서는 큰 유빙과 충돌할 위험이 있었고, 영하 4도 해수에서 윤활유가 굳어 기관 계통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GPS와 통신이 일시 끊기고 나침반 오차가 커진 상황도 있었는데, 위성통신과 스타링크를 비상 연락망으로 활용했습니다. 극지 항해에서 장비 성능만큼 선원의 경험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경도 변화가 빠른 북극해에서는 시차가 급격히 바뀌어 선원들의 생체 리듬이 무너졌고, 갑판 결빙으로 작업 제한도 이어졌습니다. 부산대병원은 원격의료 장비로 선내 응급상담을 지원했습니다.
남은 건 경제성과 정기화
성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번 항해는 연료로 마린가스오일을 써야 해 톤당 가격이 800달러에서 900달러 수준이던 것이 1,300달러 이상으로 뛰었고, 귀항 화물 대부분이 공컨테이너 재배치 물량이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해운업계는 선형 규모 한계, 연료 규제, 빙해 보험, 쇄빙 비용 때문에 북극항로의 TEU당 운송비가 수에즈 노선보다 높다고 봅니다. 해양수산부가 11월에 내놓을 경제성 분석이 상용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팬스타그룹은 5,000~6,000TEU급 선박과 매년 여름 정기 운항 가능성을 검토 중입니다. 내년에는 선종을 다변화한 추가 시범운항도 추진됩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 여름철 해빙이 크게 줄면 러시아 배타적경제수역 밖 항로 개척도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상업화 시점은 2050년 이전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