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원전이 답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2026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AI 시대의 국가 경제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지목했는데요. 그의 발언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합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를 4배 이상 늘릴 계획이고, 중국은 100기 이상의 원전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AI 시대가 불러온 전력 대란 우려 속에서 원전이 ‘안정적 기저전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는 국내 원전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원자력산업전’과 ‘한국원자력연차대회’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장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 24개국에서 모인 190여 명의 전문가와 13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AI 기반 원전 운영 기술에서부터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래 기술이 논의되었습니다.
소재에서 수출까지, 국내 기업의 총력전
급변하는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사업 모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합니다. 소재 분야의 선두주자인 세아창원특수강은 부산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에서 원자력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력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대형 원전용 스테인리스 강관부터, 차세대 SMR과 핵융합로(ITER)에 적용되는 극한 환경 소재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는데요. 특히 열팽창을 극도로 낮춰 송전 효율을 높이는 ‘불변강(INVAR)’ 소재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해외바이어 초청 통합관’을 운영하며 400건 이상의 1대1 상담을 주선하는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연결에 주력했죠. 최근 한미 원전 동맹과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발판 삼아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의 판로를 넓히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는 단일 기업의 성장이 아닌,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접근법으로 읽힙니다.
부산, 글로벌 원전 허브로 도약하나
이 모든 행사의 중심에는 부산이 있었습니다. 2026년 세계 원자력 전시회(WNE)를 유치한 부산은 이번 행사들을 통해 글로벌 원전 협력의 허브로 도약할 준비를 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AI를 활용한 원전 안전성 강화 방안과 SMR의 상용화 과제를 논의했죠. SMR은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고 건설 비용과 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으로, 특히 전력 수요가 분산되는 추세에 맞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부산에서의 활발한 논의는 한국이 원전 기술 선도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의 공급자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물론, 원전 산업의 부활에는 넘어야 할 장벽도 많습니다. 대중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폐기물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SMR을 포함한 신기술의 경제성과 규제 승인은 아직 증명되어야 할 단계죠. 하지만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명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산에서 펼쳐진 열띤 이야기들은 그 논의의 시작점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