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또 울린 공장 사이렌
6월 1일 오전 10시 30분경 SK하이닉스 청주 4캠퍼스 가스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즉각 작동해 불길은 10여 분 만에 잡혔지만, 이 과정에서 반도체 공정용 가스인 불소가 누출되면서 직원 3,6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눈 따가움을 호소한 직원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모두 업무에 복귀한 상태입니다.
회사 측은 가스 주입 과정에서 배관에 문제가 생겨 극소량이 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정화 장비를 가동해 3시간 만에 잔류 가스를 제거했으며, 생산 공정과 장비 가동에는 차질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난 M15X 공장은 20조 원을 투입해 HBM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라 안전 관리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불소는 얼마나 위험한가
누출된 NF3는 질소와 불소가 결합한 가스로, 반도체 박막 증착 공정에서 챔버 내부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입니다. 이 가스는 인체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호흡기 점막과 피부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가스룸 내부에서 불소 농도를 5ppm으로 감지했는데, 이는 고용노동부 기준치 0.1ppm의 무려 5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사실 2012년 경북 구미 공단에서도 비슷한 농도의 불소 가스가 누출돼 5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주민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번 사고 역시 구미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무색의 자극성 유독 기체인 불소는 노출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더 큰 공포를 낳기도 합니다.
재발 방지 대책 시급하다
이번 화재는 지난 5월 27일 설비 불꽃 사고로 직원들이 대피했던 사건 이후 닷새 만에 발생했습니다. 짧은 기간 내에 연이은 사고에 노동계와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충북 노동계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일부 환경단체는 민관 합동 조사위 구성을 제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입니다.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생산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천 명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건 그보다 앞서야 할 과제입니다. 당국과 회사가 배관 결함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체계적인 안전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