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마르면 전기도 멈춥니다
2026년 7월 말, 중부 유럽은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최대 하천인 다뉴브강의 수위가 5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는데요. 헝가리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인 팍스 원전은 국내 전력의 절반인 2000MW를 담당하지만, 냉각수를 끌어올릴 수 없어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역시 원자로 한 기를 멈췄고, 남은 1기의 운명도 불투명합니다.
당연히 각국 정부는 비상 대응에 나섰습니다. 헝가리는 피크 시간대 전기차 충전 자제와 공공 건물 소등을 요청했고, 슬로바키아는 시민들을 위한 냉방 센터 30여 곳을 급히 마련했습니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가뭄을 넘어 유럽의 에너지 기반시설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드러난 강바닥과 번지는 불길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평소 물에 잠겨 있던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불가리아 루세 인근에서는 약 4천 년 전 멸종한 어린 털매머드의 아래턱과 상아 조각이 발견되었고, 세르비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독일 군함 잔해가 올라왔습니다. 부다페스트 시내에서도 시민들이 말라버린 강바닥을 걷는 진풍경이 포착되었는데요.
반대로 물의 부재가 가져온 피해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가리아에서는 유람선이 좌초해 186명의 관광객이 긴급 대피했고, 국제 하천 운송은 사실상 마비되었습니다. 산불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스페인과 프랑스를 시작으로 그리스와 튀르키예까지 번진 화재는 주택과 차량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그리스에서는 소방관 4명이 순직하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은 이제 산불과 가뭄, 에너지 위기가 동시에 터지는 복합 재난의 서막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유럽,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사실 이번 위기는 예고된 신호가 현실이 된 경우입니다. 독일 라인강의 수위는 약 2미터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영국은 국토 절반 이상에 가뭄을 선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8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다뉴브강 주변의 다른 강들로도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강물이 다시 불어나면 원전은 재가동할 수 있겠지만, 한 번 멈춘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헝가리 정부는 팍스 원전이 단기간 내 재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고, 이는 곧 전력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이 직면한 이번 위기는 기후 변화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럽 각국은 발전소 냉각 시스템의 기후 적응력을 높이고, 극한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유연한 에너지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