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로 촉발된 고유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단행했습니다. 사상 첫 3월 추경으로 기록되는 이번 조치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577만 명의 국민에게 직접적인 현금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요,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이번 추경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국민 대다수를 포괄하는 직접 지원금인데, 그 규모와 대상이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40% 수준에 달할 만큼 대규모입니다.
누가 얼마를 받게 되나
지원금은 크게 두 차례에 나눠 지급될 예정입니다. 먼저 1차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구 등 취약계층 약 321만 명에게 우선 지급이 이뤄집니다. 이들에게는 거주 지역에 따라 1인당 45만 원에서 60만 원이 지원되는데, 비수도권 거주자나 인구 감소 특별지역 거주자일수록 더 높은 금액을 받게 됩니다. 이후 2차 지급에서는 나머지 소득 하위 70%인 약 3256만 명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들에게는 수도권 거주 시 10만 원, 비수도권은 15만 원, 인구 감소 우대 지역은 20만 원, 소멸 위기 특별 지역은 25만 원이 차등 지급될 방침입니다. 결국 4인 가구 기준으로는 기초수급자 가구는 최대 24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죠. 지급 방식은 지역화폐와 동일하게 지역 상권에서 사용 가능한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회가 4월 10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킬 경우, 지난해 사례를 참고해 약 2주 뒤인 4월 말에서 5월 초에 1차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산업은 어떻게 보호하나
직접 지원과 함께 추경의 또 다른 축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약 9241억 원의 추경을 편성해 주로 공급망 안정화에 투입합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수입 단가 급등분의 50%를 지원하는 데 4695억 원을 배정했는데요, 이는 원료 수급 불안을 완화해 관련 기업들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석유 비축량을 130만 배럴 추가로 확보하는 데 1584억 원을 투입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1조 9374억 원의 예산으로 수출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합니다. 중동 지역 수출 애로를 겪는 기업들을 위해 수출 바우처를 확대하고, 해외 공동물류센터 지원, 긴급 경영안정 자금 공급 등의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산업 지원 조치들은 고유가와 공급망 충격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방어적 전략으로 읽힙니다.
청년 고용 지원에도 힘 실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때 가장 취약한 계층 중 하나인 청년층에 대한 지원도 확대됩니다. 고용노동부는 총 5386억 원 규모의 추경 중 3866억 원을 청년 취업 지원에 투입합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4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을 반영해, 국민취업지원제도 1유형 지원 대상을 3만 명 늘려 총 27만 2000명으로 확대합니다. 또한 비수도권 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기업과 청년 각각에게 최대 72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사업도 지원 대상 인원을 1만 5000명 늘립니다. 이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방지하고 생계와 경력을 동시에 지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전체 추경 재원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와 기금 자체 재원으로 마련됐으며, 정부는 이번 조치가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모든 논의는 이제 국회의 손에 넘어갔는데요, 야당을 포함한 원내 합의를 통해 추경안이 신속히 처리될지, 그리고 지급 예정된 지원금이 국민 손에 언제쯤 쥐어질지가 다음 주목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