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라운드 KO' 영상에 담은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74년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정글의 대결' 영상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게시했습니다. 알리가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내며 체력을 소모시키는 '로프 어 도프' 전술을 쓰다 8라운드에 KO승을 거둔 그 경기가 배경입니다. 영상을 올린 시점이 이란을 향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공격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직후였기에 해석이 분주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알리에 비유한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가 폭등,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 등으로 수세에 몰린 현재의 상황을 '전략적 인내'로 프레이밍하며 곧 결정적인 반격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던진 거죠. 지지자들은 "이란을 8라운드에 KO시켜라"며 열렬히 호응했고, 백악관 내부에서도 고위 참모 회의가 이어지는 등 군사 옵션은 사실상 준비 완료 단계입니다.
다만 해석은 갈립니다. 알리가 무슬림이었다는 점에서 비유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오히려 이란이 '로프 어 도프'로 시간을 끌며 미국을 지치게 하고 있다는 상반된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결국 영상이 상징이든 예고든, 향후 며칠 사이에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외교와 무력 사이의 양손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서 일관되게 두 가지 출구를 제시해 왔습니다. 하나는 군사 옵션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적 합의입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는 "공습을 계속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즉각 행동할 준비가 끝났다고 못 박았고, 동시에 "이란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도 반복 강조했습니다.
이란 측이 과거 어느 때보다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입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협상 채널이 움직이고 있으며, 1차·2차 지도부와 3차 일부가 제거된 뒤 남은 권력 실체와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서두르기보다 '제대로 된 결과'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게 행정부의 입장입니다.
더 눈에 띄는 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들이 서로 다른 수준에서 이란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진단한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이란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반박했고, 약속이 깨질 경우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100달러 유가와 사우디 카드
전면전 장기화는 에너지 시장으로 충격을 확산시켰습니다. 7월 24일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하겠다며 위협하면서 해상운송로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고, 미군 주둔지 인근에서는 IRGC가 시민들에게 500m 이상 대피하라는 경보를 내리는 등 중동 전체가 긴장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원자력 협정에 새로운 조건을 걸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원자력 협력 및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한 상황이었지만,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골자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합류하지 않는 한 원전 협력은 없다는 게 입장이에요. 이란 핵 저지가 외교의 절대 원칙인 만큼, 이 사우디 카드는 중동 세력 판도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이란 핵무기 보유를 막겠다는 일념 아래 군사 압박과 외교 협상을 병행하는 이 양손 전략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남과 중동 정상들의 접촉을 거쳐 어느 쪽으로 무게가 실릴지 결정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