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초 통화로 630일분 처방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서 본인 확인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된 사례들이 드러났습니다. 배우자가 13초 동안 전화만 걸어 60개 의약품 요청을 확인받고 처방이 이뤄진 겁니다. 별도의 휴대전화 인증이나 신분 확인 없이 진행된 셈입니다.
한 이용자는 하루 만에 서로 다른 의료기관 7곳에서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90일분씩을 받아 총 630일분을 확보했습니다. 혈당 검사 없이 당뇨병 치료제 60일분을 초진으로 처방받은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인공눈물 9종 처방 한 건에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17만 원에 달했습니다.
취지와 다른 이용 실태
비대면진료는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2023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3년간 환자 275만 명, 진료 729만 건을 기록하며 월평균 환자 수는 65.4% 늘었습니다. 참여 의료기관은 1만 1185곳, 약국은 1만 6540곳입니다.
그런데 실제 이용자는 젊은 층에 몰려 있습니다. 대한약사회가 전국 약사 3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대면 처방 환자의 96.7%가 20~30대였습니다. 처방 약품은 탈모 치료제 77.0%, 여드름 치료제 68.5% 순으로 비급여 의약품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대로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자, 등록장애인 등 5대 의료취약계층은 월 0건이라는 응답이 91.8%였습니다. 약사 98.7%는 비대면진료가 비급여 의료쇼핑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남은 숙제와 전망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도 이어집니다. 복지부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에는 17건이 접수됐고, 이 중 10건은 초진 환자 진료였습니다. 처방제한 급여의약품 4196건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이 3185건, 마약이 29건 포함됐습니다.
수가 문제도 쟁점입니다. 비대면진료에는 대면진료보다 30%의 관리료가 가산돼 지난 3년간 의료기관에 275억 원, 약국에 33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남인순 의원은 해외 사례를 들어 가산이 이례적이라며 폐지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됩니다. 약사 99.9%는 약 배송 확대에 반대했고, 95.7%는 공공 플랫폼 주도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취지에 맞는 재설계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