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특구 특별법, 노동 규제 완화 '쇼크'
정부와 여당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을 위한 메가특구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파격적인 노동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 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연구개발 인력 등 일부 고임금 근로자에게는 주 52시간 상한 규정을 예외로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는 과거 보수 정부에서도 무산됐던 조치들이 담겨 있어 정치권과 노동계 모두가 크게 술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번 법안은 지역 균형 발전과 글로벌 첨단 산업 유치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습니다. 재정 지원 못지않게 기업 유인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데요.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웠던 '노동존중사회' 기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친노동 정부'의 역주행 논란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경영계의 숙원 사업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연봉 1억 3천만 원 이상의 관리자와 연구개발자를 대상으로 초과근로수당과 휴게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도입됩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어 사실상 장시간 노동의 여지를 키우게 됩니다.
노동계는 이를 명백한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간제 사용 기간을 4년까지 허용하면 정규직 전환 없이 계약만 반복되는 불안정 일자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2024년 말 기준 대기업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이 5.8%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집니다.
실효성 논란과 확대 우려
경영계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합니다. 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메가특구 성공을 위해 핵심 규제 면제가 최우선 과제로 꼽힐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존재하는데,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수 년간 이 제도를 단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가장 큰 우려는 메가특구의 규제 완화가 다른 지역과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입니다. 현재의 특례가 교두보가 되어 전반적인 노동 규제 완화 물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정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법안을 다듬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라는 기존 정책 방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