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더 걷었는데 적자는 왜?
지난해 정부의 세금 수입은 크게 늘었습니다. 국세수입만 373조 9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37조 4천억 원이나 증가했는데요. 이 증가의 핵심에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기업 실적 개선과 뜨거웠던 해외 주식 시장이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의 호황은 국내 투자자들의 양도소득을 늘렸고, 이는 소득세 증가로 이어졌죠.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은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은 법인세 수입을 22조 원 이상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표면만 보면 국가 재정에 든든한 해가 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라 살림은 그 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의 누계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89조 6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통합재정수지도 43조 3천억 원 적자였죠. 세수는 늘었는데, 지출이 그 이상으로 더 빠르게 불어나면서 생긴 결과입니다. 총수입이 581조 원으로 증가한 반면, 총지출은 62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기업과 시장의 호황이 반드시 정부 재정의 건강성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지출의 물꼬를 튼 건 무엇일까
그렇다면 세수 증가분을 넘어서는 지출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가장 큰 요인은 복지 및 사회보장 분야 지출의 증가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재정 운영에서 지출이 크게 늘었음을 의미합니다. 인구 구조 변화와 복지 수요 증가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구조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지출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적자 재정은 자연스럽게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집니다. 중앙정부 채무는 이미 1,289조 원에 달했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적자가 누적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죠. 정부는 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만 해도 국고채 발행 규모는 17조 9천억 원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 상승은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재정 건전성을 또다시 위협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앞으로의 재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현재의 재정 상황은 정부에게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깁니다. 하나는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유지해 세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급증하는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고, 해외 시장 상황도 변수가 많습니다. 즉, 올해의 주요 세수원인 반도체와 미국 증시에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단순한 세수 증가에 안주하기보다는 지출 구조의 효율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한 세원 확대가 병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정부는 오는 4월 최종 결산 수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보다 명확한 재정 진단과 함께 중장기적인 재정 전략의 방향이 제시될지 주목됩니다. 경제 호조가 반기고도 여전히 깊은 적자에 시달리는 재정의 현실은, 국가 경제 관리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