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를 넘어선 비극, 필수의료의 민낯
전북 지역의 유일한 권역모자의료센터인 전북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전문의 사직으로 사실상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전주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번 사고는 특정 병원의 일시적 어려움을 넘어선, 우리 필수의료 체계의 구조적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전북대병원 NICU가 멈추면 해당 지역의 중환자 신생아 진료는 원광대병원과 전주예수병원 두 곳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환자가 집중되면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고, 이는 또다른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죠. 사실 이런 위기는 전북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 107개 NICU 운영 병원 가운데 10곳이 이미 전문인력 부족으로 1년 이상 문을 닫은 경험이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문의 한 명이 사실상 24시간 진료를 도맡아 하는 극한 상황도 반복되고 있었죠.
의료진 희생에 기댄 위태로운 버티기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번 신생아 사망 사건이 특정 의료진의 실수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온 필수의료 체계 전체가 의료진 개인의 희생에 기대어 왔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가 시장 논리에만 맡겨져 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희승 의원 역시 이번 NICU 위기를 필수의료 붕괴의 심각한 신호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시장 논리에만 의존해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결코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하며,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의료 인력을 계획적으로 양성하는 체계 구축을 촉구했습니다. 남원 국립의전원 설립을 시급한 출발점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가 개선을 넘어 구조적 해법이 필요한 이유
정부는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분만 및 신생아 진료 관련 전반적인 수가 개선에 나섰습니다. 신생아중환자실 처치 가산을 신설하고, 200여 개 임신·분만 행위 수가를 20% 상향 조정했습니다. 고위험 분만의 경우 일반 분만보다 100~200%의 가산을 적용하기로 했죠. 또한 의료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액 배상 보험료 지원 대상을 모자의료센터와 응급의료기관 전문의까지 확대하고, 지원 한도도 17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렸습니다. 이송 체계도 강화해서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 상황요원을 1명에서 3명으로 증원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조치들은 현장의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가 개선만으로는 지역 필수의료가 마주한 구조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우선 투입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고, 예산 심의에서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응급의료와 분만, 소아 진료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단기 처방을 넘어선 제도적 뒷받침이 얼마나 긴요한지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보여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