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둘러싼 노숙인 갈등의 핵심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노숙인 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공항공사는 이용객 안전과 불편을 이유로 자진 퇴거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반면 인권단체들은 이를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방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공공공간에서의 취약계층 처리라는 민감한 화두가 던져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논란은 최근 폭염 속에서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으로 노숙인들이 몰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2주 이상 체류하는 노숙인이 16명으로 파악되었는데, 이는 과거 몇 명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좌석 점유나 욕설과 고성, 악취 등의 민원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24건 접수되면서 공사는 공항시설법에 근거한 퇴거명령서를 부착했습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의 마지막 보루
하지만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이를 단순한 퇴거 조치가 아닌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숙인 문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의 복지 체계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특히 인천시는 거리 노숙인을 위한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없는 유일한 광역 지자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을 공항에서 내보내는 것은 문제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당사자들의 상황은 더욱 절박합니다. 퇴거명령서를 받은 루치아 씨는 계절별 기온 조절이 가능한 공항이 마지막 보루였다고 호소했고, 김형철 씨는 연계된 임시 주거지의 열악한 시설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게다가 일부 언론의 혐오 보도 이후 갑작스럽게 퇴거가 통보되면서 이들이 겪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 퇴거를 넘어선 지원이 필요한 이유
물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무조건적인 강제 퇴거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사는 자활기관인 내일을 여는 집과 연계해 임시주거와 일자리를 지원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한 전문 상담과 치료까지 병행하며 노숙인의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인권단체는 이런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처럼 체계적인 아웃리치 활동과 복지 연계 시스템이 없다면, 공항을 떠난 노숙인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번 갈등은, 결국 지역사회 복지 안전망의 허술함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앞으로 인천시가 전면에 나서 노숙인 지원센터 설립과 주거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