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만에 40도를 넘어선 대구
대구가 84년 만에 40도를 넘어섰습니다. 8월 3일, 대구 동구 신암동은 41.1도까지 치솟았고 경북 고령은 41.2도를 기록했는데요. 서울과 수도권 역시 올해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극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제 폭염은 더 이상 불편한 날씨를 넘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재난이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폭염을 중대 재난으로 규정하고 구청장·군수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는데요. 비상근무 태세 유지, 취약계층 보호, 고위험지역 점검, 무더위쉼터 확대 등 4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쪽방촌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안부 확인을 강화하며 현장 중심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쪽방에서 벗어나 '폭염 안심주택'으로
문제는 폭염이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구 중구 쪽방촌에 살던 김상조 씨는 집주인 반대로 에어컨이나 커튼조차 달지 못한 채 한 평 남짓한 방에서 극심한 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선풍기 하나로는 해결되지 않는 열악한 주거 환경은 취약계층에게 폭염이 곧바로 생명의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에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하우징 퍼스트' 모델을 적용한 '폭염 안심주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구도시개발공사와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등이 협력해 마련한 남구 대명동의 임시 주택은 기존 쪽방보다 6배 넓고, 에어컨과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보증금 50만 원과 4개월간의 임대료를 지원받아 쪽방 주민들이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것을 넘어 쾌적한 생활을 경험하게 한 것이죠.
단순 지원을 넘어선 주거 정책 실험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냉방용품 지원이나 무더위쉼터 확대를 넘어, 근본적인 주거 환경 개선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폭염 안심주택은 임시 거처에 머무는 것을 넘어, LH 매입임대주택 등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지로 이동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실제로 대구시는 임대주택 입주에 거부감이 있는 쪽방 주민들이 안심주택에서 생활하며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주거 공간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폭염 및 도시열섬현상 대응 조례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도 마련했고, IBK기업은행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다양한 기관이 운영비를 지원하며 사회적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5채라는 시범 사업 규모가 모든 취약계층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한 기후 시대에 쪽방촌 같은 열악한 주거지에 사는 시민들에게 에어컨 하나 보내는 것보다, 잠시라도 쾌적한 집을 제공하고 장기 주거 이동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접근은 의미 있는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모델이 폭염 대응을 넘어 주거 복지 정책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