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고향을 흔든 1,100km 드론 공습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러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일에 맞춰 석유 터미널 등 주요 시설에 드론을 떨어뜨린 건데요. 이로 인해 풀코보 국제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되고 항공기 30여 편이 결항되는 등 도시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전날 러시아가 감행한 대규모 공습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미사일 73기와 드론 656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해 어린이를 포함한 23명이 숨지고 130여 명이 다쳤는데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무려 1,100km나 떨어진 지점까지 타격한 이번 공습은 장거리 제재 능력을 과시하는 군사적 메시지이자, 푸틴 대통령의 얼굴에 직접 먹칠을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핵 위협과 교전 격화의 악순환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자국 영토 공격이 지속될 경우, 공격자가 핵무기 비보유국이라 해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핵 사용 위협으로, 양국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로 랴브코프 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중에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이는 강경책과 외교적 여지를 동시에 보이는 러시아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뤨터 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조짐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는데요.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크렘린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핵 위협이 구체화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변질된 포럼과 국제 질서의 균열
이번 공습의 배경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이라는 국제 행사가 있었습니다. 전쟁 이전에는 선진국 정상들이 대거 모였지만, 이번에는 우즈베키스탄, 탄자니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 중심으로 참석자 명단이 채워졌습니다. 쿠바와 벨라루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장관급 인사를 보내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했고,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술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캔디스 오언스, 스티븐 시걸 같은 논란의 인물들과 독일 극우 정당 지도부까지 착석하며 포럼은 예전의 위상을 완전히 잃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이번 공습은 전장의 형세만큼이나 국제사회의 분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교전이 격화되면서 종전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각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을 긋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심장부를 계속 노릴수록 전쟁의 지형은 더욱 예측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