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을 바꾸는 '피지컬 AI' 바람
중국이 디지털 영역의 인공지능을 넘어 실제 물리적 공정과 결합한 '피지컬 AI'를 제조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자동차와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자동화를 넘어 의류와 신발 같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까지 확산되는 추세인데요. 이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임금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후난성 창사의 산이중공업 제18공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등대공장'으로, 무인운반로봇과 대형 용접 로봇이 협업해 45분마다 콘크리트 펌프트럭 한 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팔이 부품의 형태와 무게, 색상, 재질을 스스로 구분하는 등 단순 반복을 넘어선 정밀 작업이 가능해졌죠. 이처럼 피지컬 AI는 단순히 기계를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지능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를 넘어 지능을 키우는 로봇 산업
중국의 로봇 산업은 이제 하드웨어 성능 경쟁에서 소프트웨어와 지능, 응용 능력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항저우에 중국 최초의 로봇 전문학교가 개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산업과 서비스, 보안, 예술 등 분야별로 선발된 로봇 30대가 직무별 전문 교육과 인증 과정을 거치며 실무 투입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 학교는 저장대 로봇연구원이 개발한 'VL2A' 아키텍처 기반 '논리 두뇌'를 통해 로봇이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실제 시연에서는 로봇이 사용자의 한숨을 감지해 위로의 말을 건네고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모습도 선보였죠. 하드웨어가 충분히 좋아진 만큼, 이제는 로봇이 얼마나 똑똑하고 유연하게 작동하느냐가 관건이 된 겁니다.
체화 AI 분야에서는 엑스스퀘어로봇이 시리즈 C 투자를 포함해 총 4차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8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 회사는 인지와 언어, 행동, 물리적 예측을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학습시키는 '월-비'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개하며 기술적 성과를 입증했습니다.
투자와 인프라가 만드는 생태계의 미래
중국이 피지컬 AI 확산에 적극적인 건 방대한 제조 현장이 데이터 확보의 최적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CCV의 제리 량 파트너는 중국의 제조 현장이 피지컬 AI 모델 학습을 위한 풍부한 데이터 소스라고 평가했는데요. 방대한 제조 현장이 데이터 확보의 최적 환경이라는 점은 중국이 이 분야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8,000여 개의 관련 사례를 통해 실효성을 검증하며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로봇 제어 방식도 기존의 텍스트 입력을 넘어 자연어 기반 음성 제어로 진화하고 있으며, 작업자가 대화하듯 로봇을 지휘하는 시대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이에 일본 화낙과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도구를 개발했고, 스위스 ABB와 중국 스텝은 반도체 특화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공정을 로봇이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한계와 비용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업 전반에 걸쳐 피지컬 AI를 밀어붙이는 건 단순한 효율 추구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큰 그림으로 읽힙니다. 앞으로 글로벌 제조업의 경쟁 양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