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국회에서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특위는 오전 10시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1차 기관보고를 받았는데요.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출석했고, 위원회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40여 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이번 국정조사는 오는 8월 1일까지 45일간 진행됩니다. 조사의 핵심은 투표용지 수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고, 참정권 침해 실태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선관위의 인력 운용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점검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인데요. 다만 회의 내내 여야의 시선은 진상 규명보다 선관위 개혁 방법을 두고 팽팽하게 맞붙었습니다.
개헌이냐 법 개정이냐...여야 해법 대립
민주당은 선관위를 감사원 감찰 대상에 포함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조차 받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독립 기관이라는 헌법적 지위가 오히려 자정 능력 상실과 방종을 낳았다고 주장했는데요. 헌법 개정 없이는 외부 견제 장치가 위헌 소지를 피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핵심 논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까지 직접 개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를 넘어 특검까지 모든 카드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가 사태 해결의 본질을 흐리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윤상현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개헌이라는 장기 과제로 진입할 경우 추상적인 철학 논쟁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종형 미디어 대변인은 법률 개정을 통한 즉각적 조치와 선관위 내부 조사, 책임자 문책 등 실무적인 해결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여야 모두 선관위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방법론에서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동훈 1호 법안...계파 넘어선 31명 동참
이런 가운데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원내 입성 후 첫 번째 법안으로 내놓았습니다. 한 의원은 선관위의 독립성이 무능과 부패를 가리는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법안이 독립성에 책임을 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정치적 개입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감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국민의힘 의원 3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김성원, 배현진 의원 등 친한계는 물론 김기현, 윤상현, 김태호 의원 등 중진들까지 참여했고, 장동혁 대표 측근인 김대식 의원과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도 함께했는데요. 이는 특정 계파를 넘어선 당내 공감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하는 대목입니다. 한 의원은 이 법안에 이어 선관위원장 상임직 전환과 선거 기간 직원 휴직 제한 등 후속 개혁 입법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법안은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된 보수 진영의 혁신 경쟁 속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상현 의원의 '신보수'론과 안철수 의원의 선관위 책임론이 나돌던 상황에서, 한 의원은 구체적인 입법 과제로 개혁 의제를 선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는데요. 21일에는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지는 등 복당을 염두에 둔 영향력 확대 행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선관위 국정조사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입니다. 진상 규명과 함께 선관위 개혁의 구체적 방향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