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이라 쓴 수첩과 구속된 현직 감사위원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를 무마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직 감사위원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요. 특검이 확보한 유 위원의 수첩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목'이라 칭하고 관저 이전을 '경부고속도로 이후 최고의 결단'이라고 적힌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구속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닙니다. 유 위원은 2023년 3월 사무총장 시절부터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에 대한 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대면 조사를 서면 조사로 바꾸고, 대통령실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와 관계자 조사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사실상 무마했다는 겁니다.
2024년 5월에 뒤늦게 이루어진 대면 조사에서도 문답서 내용이 업체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수정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독립 기관인 감사원이 행정부의 눈치를 보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감사원 내부도 '상왕'이라 불렀다
유 위원의 영향력은 감사원 내부에서도 남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원장조차 유 위원을 '상왕'으로 표현했다는 진술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그는 2022년 6월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월성원전 사건 등 전임 정부를 겨냥한 감사를 주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타이거파'로 불리는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하며 감사원을 장악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이번 구속은 감사원이라는 독립 기관의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 기관으로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감사를 수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실과 유착해 감사를 봐주었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제기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범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구속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저 이전 감사 진실을 밝히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특검은 유 위원의 구속 이후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여 관저 증축 공사 업체 선정 과정과 감사 무마 관여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윗선 수사로 번지는 특검의 칼날
이번 사건의 수사는 이제 감사원 내부를 넘어 윗선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유 위원의 메모와 진술을 바탕으로 대통령 부부의 감사 개입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관저 이전 과정에서 민간 업체가 어떤 역할을 했고, 감사가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반대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현직 감사위원이 구속될 정도로 기관의 정치화가 심화했다는 건,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특검 수사는 김건희 여사의 소환 조사 여부와 그 결과에 따라 전국적인 파장을 낳을 전망입니다. 한편으로는 감사원이 제 기능을 찾기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도 함께 짚어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