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던진 숙제, 나토는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미국이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유럽 내 미군 전력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을 스스로 메울 것을 공식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국 유럽사령관 겸 나토 유럽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3일 성명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는데요. 구체적으로는 F-15 전투기가 기존 대비 3분의 1 줄어든 99대로 조정되고, MQ-4와 MQ-9 리퍼 무인기는 절반인 12대로 축소될 예정입니다. 공중 급유기와 군함 등의 전력도 일부 감축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유·무인 군용기와 군함 수를 신속히 늘려 나토 방위 계획에 기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병력 조정을 넘어선 의미를 갖습니다.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그동안 유럽과 미국 사이에 건강하지 않은 상호의존 관계가 지속되어 왔다고 지적했는데요. 여러 전장에서 동시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무임승차론'의 후폭풍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줄곧 주장해온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자국 방위 비용을 제대로 분담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해왔죠. 이에 따라 미국은 나토 전력 모델(NFM) 내에서 자국의 기여도를 줄이고, 동맹국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동맹국들이 이미 충분한 군사적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를 나토에 적절히 배정하기만 하면 전체적인 방위력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마틴 오도넬 나토 군사령부 대변인도 이 점을 강조했는데요. 오도넬 대변인은 미국이 지목한 분야들이 이미 동맹국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춘 곳들이라며, 기존 자산을 나토에 배정하기만 하면 실제 방위력의 감소는 전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날 선 공방과 남은 우려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이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으로 안보 지형이 급변한 상황에서 미국이 전력을 빼는 건 러시아에게 잘못된 정치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짐 타운젠드 수석 연구원은 지금은 오히려 유럽 지원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비판했는데요. 동맹국과 러시아 모두에게 미국의 의지가 약해졌다고 인식될 위험이 크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이 동맹에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닙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월 터키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담에 직접 참석할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동맹국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요. 다만 현장에서 감축될 전투기와 무인기의 숫자만큼, 유럽 국가들이 실제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달이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