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수사 의혹, 법정 공방 시작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받는 경찰관들의 첫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2026년 9월 14일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 모 경감과 팀원 김 모 경사가 증거인멸 방조와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출석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월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부친이자 현직 경찰관인 장 모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흘리고, 핵심 증거가 사라지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차량 조수석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와 훼손된 성인 인형을 압수하지 않아 장 경감이 이를 폐기하도록 방조했다고 봤습니다. 박 경감은 휴대전화 폐기 위치와 현관 비밀번호를, 김 경사는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을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쟁점은 이들이 해당 물건의 증거 가치를 알고도 외면했는지, 이른바 고의성 여부입니다.
"수사 과오일 뿐, 은폐 의도 없어"
피고인 측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변호인은 살인 흉기 확보에 수사력이 집중된 탓에 리얼돌과 케이블타이를 핵심 증거로 인식하지 못했고, 증거 인멸 가능성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보 제공 역시 압수수색과 감식이 끝난 뒤 이뤄진 통상적 절차였다는 겁니다.
다만 박 경감은 팀원에게 차량 압수수색 영상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사건이 강간 등 살인 혐의로 확대되자 증거 누락이 드러나 징계를 받을까 우려한 처신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변호인은 유족에게 사과하면서도 도덕적 과오와 형사 책임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은 재판과 배경
검찰은 영상 삭제 지시를 받은 수사팀원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공방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14일 차량 감식 당시 케이블타이를 촬영한 팀원을, 28일에는 증거를 인멸한 장 모 경감을 증인으로 신문하기로 했습니다. 장 경감은 친족 특례가 적용돼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빠졌습니다.
한편 수사 분리 지시 혐의로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 4명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장윤기는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고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