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던진 질문, 10척의 군함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에 던진 화두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그는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신속히 건조할 수 있는지 직접 물었고,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국방혁신서밋에서는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15억 달러 규모의 다목적 함정 건조를 발주했습니다. 이는 K-조선의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동시에, 미국 해군력 재건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당연히 이번 계약으로 지역 내 2천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되면서 정치적 의미도 커지고 있습니다.
분산형 조선, 법의 벽을 넘을까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미국 함정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엔 법의 벽이 여전히 높습니다.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에 따라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조선 협력 전략대화에서는 선체의 75~80%를 한국에서 만들고 최종 조립과 시험만 미국에서 하는 분산형 조선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 방식도 미국 내 노조의 반발과 쇠퇴한 현지 공급망, 낮은 생산성 등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재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인수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현지 업체와 협력하며 진입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1,600조 시장을 향한 출사표
미국이 한국에 협력을 구하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조선 능력 격차가 있습니다. 미국의 세계 조선 생산 비중은 0.1%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53.3%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이 자체 역량만으로는 해군력 증강이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에 미국은 2054년까지 함정 수를 381척으로 늘리기 위해 약 1,6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며,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1,500억 달러를 조선 협력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런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단순 수출을 넘어 미국 내 생산 역량을 함께 구축하는 협업 단계로 나아가야 지속 가능한 동맹 관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워싱턴에 문을 여는 한미조선협력센터가 그 출발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