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금과 새로운 평화 플랫폼의 등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2월 19일과 2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창립 이사회에서 위원회는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총 170억 달러(약 23조 원)의 기금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보다 중요한 것도, 더 저렴한 것도 없다”며 전쟁의 막대한 비용보다 평화 구축 비용이 훨씬 낮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100억 달러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9개 회원국이 7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할 예정이며, 이 자금은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과 재건 사업에 쓰일 계획입니다.
이번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현 정부 핵심 인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했습니다. 한국은 김용현 전 주이집트 대사를 옵서버 자격으로 파견해 참관했죠.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문제를 넘어 전 세계 분쟁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안정화군 파견 계획도 수립했는데요,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이 병력을 제공하고, 이집트와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경찰력 훈련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국제사회의 엇갈린 시선과 구체성 부재 우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계획에 대해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랭한 부분이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동맹국들은 정식 회원국 가입을 거부하고 옵서버 자격으로만 회의에 참석했죠. 이들은 평화위원회가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역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더욱이 프랑스는 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EU) 대표단을 겨냥해 “EU는 이 문제에 관한 권한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내부 구성에서도 논란이 없지는 않습니다. 회원국 명단에 이스라엘은 포함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대표는 배제된 상태예요. 팔레스타인계 변호사는 가자지구 남부 평야에 계획된 국제 군사 기지 건설에 대해 “정부 승인 없이 타국 땅에 기지를 짓는 것은 명백한 점령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자금 조달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 하마스 무장 해제 방안 등 핵심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이 점을 지적하며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죠.
유엔과의 관계 설정과 향후 과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위원회가 유엔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오히려 “유엔을 감시하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며 유엔 체제를 보완하고 강화하려는 의도를 피력했는데요. 그는 유엔 시설 개선과 재정 지원을 통해 유엔이 더 효과적인 조직이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유엔에 체납 중인 약 40억 달러의 분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유엔 체제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주도권 장악 시도로 읽히기도 합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란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이란의 핵 개발 활동과 관련해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죠. 지난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기습 타격 사건을 언급하며, 앞으로 10일 안에 협상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평화위원회는 사실상 유엔 체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랫폼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집약된 무대로 해석됩니다. 170억 달러라는 거액의 기금이 실제 현장에 어떻게 투입되고, 복잡다단한 중동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