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 갈라지고 작아진 배…현장의 비명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남부 지방을 덮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남 밀양 일대의 저수지 저수율이 32.6%까지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현장에서는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배 과실이 평소의 절반 크기에 머무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가뭄이 2~3주 더 이어질 경우 한 해 농사를 완전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용수 부족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생명줄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들깨 줄기는 생기를 잃었고, 벼와 콩, 고추 등 주요 작물 역시 생육 불량과 병해충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댐 저수율 바닥…정부 가용 수단 총동원
사실 이번 가뭄은 예고된 재난에 가까웠습니다. 최근 한 달간 남부지방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평년의 22.4%인 68mm에 그쳤습니다. 이 여파로 낙동강 유역의 밀양댐과 성덕댐은 저수율이 30%대로 떨어졌고, 운문댐은 가뭄 3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까지 진입했습니다.
당연히 정부와 지자체는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농업용수 공급량을 줄이고, 부족한 물은 하천수 등으로 대체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단순한 사후 조치를 넘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의 균형 있는 배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송미령 장관이 직접 밀양을 찾아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으며, 기존 80억 원 예산에 21억 원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경남도는 폭염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며 취약계층 보호와 용수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뭄 넘어 복합재난…기후변화 시대의 과제
사실 이번 위기는 단순히 비가 오지 않는다는 문제를 넘어서 있습니다. 제주의 경우를 보면, 과거 여름철 태풍 중심이던 재해가 봄철 우박과 냉해, 겨울 대설, 여름 폭염과 가뭄까지 연중 이어지는 복합재난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데요. 특히 레드향이나 마늘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농가의 경제적 충격은 더욱 큽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복합재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지역별 맞춤형 예방 체계와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 등 장기적인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의 긴급 수송과 예산 투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농업용수 공급체계 개선과 선제적 재난 예방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