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 상태에서의 위험한 운항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39세 조종사가 마약에 취한 상태로 여객기를 운항한 뒤, 대량의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붙잡혔습니다. 지난달 29일 밤,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 조종사는 세관의 엑스레이 검사에서 의심을 받았는데요. 승무원 전용 수하물 가방에서 엑스터시 7만여 정과 필로폰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심각성이 드러났습니다.
체포 후 실시된 소변 검사에서는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조종사는 필로폰과 엑스터시, 코카인에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고, 당국은 그가 실제로 환각 상태에서 비행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종사의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하늘을 날았다는 점은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승무원 통로를 노린 조직적 범행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조종사는 경찰 조사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로부터 약 1,700만 원을 받고 마약을 운반했다고 진술했는데요. 그는 과거에도 두 차례나 같은 범행에 가담했던 것으로 밝혀져, 국제 마약 조직의 운반책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해왔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문제는 항공사 승무원과 조종사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수하물 처리 절차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승무원 수하물은 일반 승객과 다른 경로로 이동하며 검사 강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마약 조직이 이 틈을 파고든 겁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타이항공 승무원이 호주로 헤로인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러한 수법이 항공 업계를 겨냥한 조직적 범죄라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형 불가피한 항공 보안 사각지대
말레이시아항공은 해당 조종사에 대한 내부 조사에 들어갔으며, 어떠한 비위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같은 수법이 사용된 만큼, 항공사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해 보입니다. 승무원 전용 통로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관리 소홀이 결국 국제 마약 밀수의 통로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마약 유통 사범에게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엄격한 마약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발리섬에서 헤로인을 밀반출하려던 호주 국적 범죄자 두 명이 실제로 사형당한 사례도 있는데요. 이번에 체포된 조종사 역시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 안전과 승객의 생명을 볼모로 한 범죄인 만큼, 관련 당국의 감시 강화와 함께 항공사들의 내부 보안 점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