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불길로 뛰어든 사람
부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부품 도장 공장에서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쯤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2시간 28분 만에 잡혔지만, 그 사이 40대 소방대원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도착한 김 소방위는 가장 먼저 건물 안으로 진입한 4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내부의 인화성 물질이 급격히 타오르며 거센 열기와 연기에 고립됐고,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7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이 화재로 소방대원 1명이 중상을, 4명이 열탈진 등으로 이송됐고 공장 관계자 2명도 연기 흡입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사망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겁니다.
드러난 현장의 안전 공백
경찰은 장성윤 광역범죄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한 3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합동감식에서는 3층 세척실의 시너 세척기 주변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됐는데요. 현장에서는 인화성 물질 용기 180여 통이 발견됐고, 해당 공장은 위험물 취급 허가를 받지 않은 데다 스프링클러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연소 속도를 늦춰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방화구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화성 증기가 한꺼번에 폭발했고, 진입한 대원들이 빠져나올 틈을 얻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경찰은 기계·전기적 결함과 업무상 과실 여부도 함께 살피고 있습니다.
순직 앞에 다시 불붙은 예산 논쟁
고인의 장례는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는 각각 애도를 표하며 소방대원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빈소는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마련됐고, 19일 영결식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방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재정 빨대'라고 발언한 것이 도마에 올랐는데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소방관의 순직 앞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느냐"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예산의 90% 이상은 여전히 지자체가 부담합니다. 재정 여력에 따라 지역 간 장비와 근무 환경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