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선 붕괴와 개미들의 패닉셀
코스피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를 겪으며 6,000선 아래로 주저앉았습니다. 7월 30일에는 5,593.56에 마감하며 5,600선마저 붕괴했는데요. 사흘 동안 지수는 총 1,162포인트, 무려 17%가 급락했습니다. 이런 폭락장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공포심에 휩싸여 전날 2조 원에 이어 이날도 1조 4,219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과거 위기 때마다 저가 매수로 시장을 받쳐주던 개미들이 이번에는 오히려 투매의 주체가 된 셈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0.72%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5.64% 급락하며 반도체 투톱이 모두 주저앉았습니다.
반도체를 둘러싼 불안과 레버리지의 덫
이번 급락의 이면에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첫째는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메타 등 빅테크의 자본 지출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피크아웃 시나리오가 부각되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19조 원 규모의 매도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한국 증시 특유의 레버리지 청산에서 비례됐습니다. 대신증권의 AI 모델 '재미니'는 이번 하락이 글로벌 반도체 재평가와 국내 레버리지 청산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제로 대만 증시가 16.1%, 나스닥이 8.2% 하락할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37.9%, 45.4% 폭락했습니다. 이 정도 차이는 레버리지의 영향이 없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이 7월 31일부터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올라가면서 추가 청산 우려가 커졌고, 금융 당국은 투자 한도를 총투자금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책을 내놓았습니다.
9,300선 회복 가능할까, 자금은 어디로
극심한 하락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반등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5,700~5,800선을 중요 지지선으로 꼽으며, 이곳에서 안착할 경우 1차 8,200선, 2차 9,300선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빅테크 실적 확인과 AI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한편 증시를 떠난 자금은 가상화폐 시장으로 일부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코스피 급락일인 7월 28일, 국내 5대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평소보다 82.5% 급증했고, 특히 테더(USDT) 거래가 폭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규 유입만은 아니라 반대매매 대비 현금 확보, 혹은 해외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자금 이동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시장의 급락은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재평가와 국내 특유의 과도한 레버리지가 만든 완벽한 폭풍이었습니다. 8월 초·중순 레버리지 청산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기해 분할 매수에 나설 기회가 올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신중한 관망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