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안전사고의 대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불과 보름 만에 두 번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결국 이동렬 포항제철소장이 보직에서 해임됐습니다. 이번 인사 조치는 올해 들어만 3건째 발생한 인명사고에 대한 무거운 책임의 결과입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직접 제철소장 직무를 겸임하며 현장 수습에 나서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취해지면서, 포스코의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에서 슬러지 청소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포스코 직원 1명이 유해가스를 흡입해 심정지 상태에 빠졌습니다.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 출동한 포스코 소방대원 3명까지 추가로 가스를 흡입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며 총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3명이 중태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중 2명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안전 관리
이번 사고는 올해 3월 설비 끼임 사고, 지난 5일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이은 세 번째 중대재해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 사고 모두 하청업체나 자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입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이를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고 비판하며 안전 관리의 이중적 기준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은 법규 위반이 없는 옥외 공간이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작업자들의 안전 장비 착용 여부와 위험성 평가 이행 현황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점검→중지→재개→재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위험 공정의 상당수가 하청업체에 맡겨지면서 안전 교육 부족과 표준 작업 절차 미준수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사장 직속 체제로 전환한 대응
이희근 사장은 21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하는 뜻을 전한다"며 "대표이사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이례적인 것은 사장이 직접 제철소장 직무를 겸임하기로 한 결정인데요. 포항제철소장은 전무에서 사장급에 해당하는 핵심 보직으로, 최고 경영자가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힙니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안전 강화 조치로 장인화 회장 직속의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가동하고 안전 전문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특히 유인종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 대표를 TF 팀장에 임명하며 삼성물산과 쿠팡에서 쌓은 안전 관리 경험을 그룹 전체에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름 만에 유사 사고가 재발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해결 과제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와 합동으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특히 사고 현장 CCTV와 작업 기록, 목격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해당 작업장에 작업 중지 권고를 내리는 등 강력한 행정 조치에 나섰습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기술적 결함과 관리 시스템의 이중 구조가 포스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가스 센서 노후화, 자동 환기 장치 부족, 안전 난간 관리 실패 등 하드웨어적 문제와 더불어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위험 공정의 자동화와 로봇 전환이 지연되면서 사람이 직접 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 사고 재발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포스코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주 작업 및 고위험 작업에 대한 안전 관리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단발성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공정 재설계와 관리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 정부의 산업 현장 안전 강조 기조 속에서 포스코의 안전 경영 의지는 더욱 엄격한 검증을 받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