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에서 사라진 6만 개 파일
감사원이 최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6곳의 정보보안 관리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근무하다 대학 부교수로 이직한 직원이 하드디스크를 무단으로 반출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이 하드디스크에는 4개의 보안 과제를 포함한 총 6만 956개의 파일이 삭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퇴직자가 사용했던 하드디스크 39대 중 12대는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 자료가 퇴사 과정에서 통째로 빠져나갔는데, 기관 측은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셈입니다. 감사원은 해당 기관들에 엄격한 반출입 절차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외부 저장장치에 쏟아진 공격
연구기관 내부가 아닌 외부에 보관된 자료 역시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연구기관의 외부 네트워크 기반 저장장치 7대에서 연차보고서와 설계자료 등 비공개 업무자료 2만 2331개가 발견되었는데요. 이 저장장치들은 지난해 총 6만 1581회의 로그인 시도를 받았고, 이 가운데 6만 1163회가 해커들의 무차별 대입 공격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상 접속은 고작 418회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연구기관 2곳도 내부망 주소를 이용해 외부 저장장치 191대에 자료를 전송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중 144대는 해커가 활용하는 검색엔진에서 노출되었고, 46대는 이미 알려진 보안 취약점을 가진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자료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 자료가 해킹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던 겁니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연구 자료
문제는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감사 결과 연구기관 서버들의 전반적인 보안 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서버 백신 도입률이 저조하고 일부 서버만 취약점 점검을 받는 등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2024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자택 저장장치에 자료를 올린 전례가 있었음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반적인 실태 점검을 하지 않았습니다. 감사원은 과기부 장관에게 연구자료의 외부 저장 통제 기준과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국가 연구 역량의 핵심을 이루는 자료들이 제대로 된 관리 체계 없이 방치되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