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의 결별
CNN을 대표해온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2026년 6월을 끝으로 방송사를 떠납니다. 43년 만의 결별인데요. 그는 5월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제뉴스 프로그램 '아만푸어'를 진행한 뒤 마이크를 내려놓을 예정입니다. 수개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1983년 CNN에 비서로 입사한 그는 전쟁 특파원을 거쳐 수석 국제 앵커까지 올라섰습니다. 에미상만 16차례 받았죠. 현장을 직접 뛰며 쌓은 신뢰가 그를 국제 언론계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히잡을 거부한 인터뷰
그의 이름이 가장 크게 회자된 순간은 전쟁터였습니다. 걸프전과 보스니아 내전, 르완다 학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우크라이나까지 현대사의 분쟁 지역을 두루 취재했습니다. 2011년 리비아에서 카다피를 직접 만났고, 2009년부터는 세계 정상은 물론 박찬욱 감독과 가수 싸이까지 스튜디오로 불러들였죠.
논란도 있었습니다. 이란 대통령 인터뷰를 앞두고 현지 규정상 요구된 히잡 착용을 거부한 겁니다. "진실을 전해야 하지만 중립적일 필요는 없다"는 그의 소신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무산됐고, 그는 제도적 차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소유주가 바뀐 뒤의 CNN
퇴사 시점을 두고는 해석이 갈립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엘리슨 가문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CNN 모회사를 인수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CNN을 포함한 일부 언론의 백악관 출입을 막았던 인물입니다.
새 소유주 체제에서 CNN의 보도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다만 회사도 그도 공식적인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확대 해석은 이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는 2021년 난소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건강 문제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란과 영국의 문화적 배경을 함께 지닌 환경에서 자란 점도 다문화 이슈를 다룰 때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로 이어집니다. 5월 마지막 방송 이후 그가 어떤 프로젝트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