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만의 회동, 쿠팡이 던진 변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23일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다시 만납니다. 지난 5월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76일 만의 재회인데요. 공식 명분은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이지만, 이번 방미의 진짜 무게감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통상 갈등과, 9개월 가까이 지연된 대미 투자 1호 사업 선정 문제입니다. 미국 정가는 한국 정부의 쿠팡 조치를 자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며 백악관과 하원에서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했고, 이 문제가 디지털 통상 분야의 압박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번 만남은 대미 투자의 첫 단추를 꿰는 동시에, 쿠팡 리스크가 외교적 화약고로 번지는 것을 막는 분수령이 될 겁니다.
3,500억 달러 투자, 첫 단추는 어디에
한미 정상이 합의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가운데, 1호 프로젝트 윤곽을 드러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정부는 8월에서 9월 사이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현재 에너지와 조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됩니다.
에너지 분야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겨냥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원전이나 LNG 복합발전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조선업도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1,500억 달러가 배정됐고, 한화 필리조선소가 미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을 수주하는 등 구체적 성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상업적 합리성을 따지는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며, 이 결과가 향후 투자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통상과 안보가 엮인 복잡한 레이어
쿠팡 문제는 이제 단순한 기업 규제를 넘어선 지점에 있습니다. 강경화 주미대사가 NSC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도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입니다. 경제 관료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대거 참석한 것은 통상과 안보를 하나의 틀에서 관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 측은 투자 속도가 더디다는 불만을 넘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생산 시설 구축까지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쿠팡 조치가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대미 투자는 별개로 밀어붙이는 이중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현안이 동시에 얽히면서 한미 관계는 예년과 다른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으며, 이번 주 고위급 접촉이 그 분위기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