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대신 탄천이냐, 정부와 서울시의 팽팽한 대립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대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용산공원 내 부지 활용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다음 주 추가 회동까지 예고된 상황입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두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서울 시내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제약에 있습니다. 정부는 용산공원 내 훼손된 부지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곳은 서울에 남은 대규모 빈 땅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반면 오 시장은 용산공원은 미래세대에 남겨야 할 공간이라며 보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 시장은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와 보전 가치가 낮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탄천물재생센터는 대지면적 39만㎡로 용산어린이정원보다 넓고 지하철 대청역과 가까운 입지적 장점이 있지만, 기존 시설 이전 등의 문제로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침을 완전히 철회하는 것을 전제로 그린벨트 해제 등 대체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훼손 부지 활용과 어린이정원 논란
용산공원 내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지를 활용할지를 두고 혼선이 있었습니다. 김윤덕 장관은 용산어린이정원에 집을 짓겠다는 논의는 한 번도 없었다고 선을 그으며, 훼손된 지역에 한해 공론화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과거 어린이정원 이용객이 적다고 언급한 것이 확대 해석되며 논란이 커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가 용산공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른 후보지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8.13 공급대책에 포함된 강서구 염창공원은 5만㎡ 수준이고, LH서울본부나 공항고 부지는 1만㎡ 안팎에 불과합니다. 지적도상 10만㎡ 이상의 국공유지 262개 중 대부분은 산이나 하천, 군부대 시설물이 있어 즉각적인 개발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공원 내 일부 훼손 부지는 현실적으로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마지막 대안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대안은 있지만 시간이 문제
용산공원 대신 탄천물재생센터나 그린벨트를 활용하자는 서울시의 제안도 현실적 장애물이 적지 않습니다. 탄천물재생센터는 시설 이전과 환경 영향 평가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약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린벨트 해제 역시 법 개정과 지자체 협의, 환경 논란 등을 거쳐야 해 단기간 내에 속도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기존 미군 시설물을 활용한 전환기 사용 방안을 제안하며 새로운 시각을 던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공원 사례처럼 역사적 건축물을 청년 임대 주택으로 활용하면서 미래 주거 모델을 실험하는 리빙랩으로 조성하자는 취지입니다. 당장 대규모 착공이 어렵다면 기존 시설을 가역적으로 개선해 활용하는 방식도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3.41% 상승하며 지난해 상승치의 3.5배에 달하는 가파른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면 정치적 계산을 넘어 실효성 있는 공급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서울시, 여야가 대체 부지 발굴과 관련 법안 처리 등에서 협치를 보여줄 때 비로소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