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묶인 땅이 숨 쉬기 시작했습니다
국방부가 민간인통제선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평균 6km 거리로 북상 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달하는 통제보호구역이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되고, 150배 규모의 제한보호구역이 아예 해제됩니다. 여의도 240배에 이르는 광대한 땅이 70년 만에 군사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수혜 지역은 경기 북부입니다. 그동안 파주시의 87.62%, 연천군의 92.6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주민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는데요. 이제 군 협의만 거치면 출입과 건축,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이 생길 전망입니다. 특히 농업용 드론 승인 절차가 일주일에서 하루로 대폭 줄어들고, 민통선 출입 관리도 모바일 앱과 인터넷으로 바뀌어 주민들의 생활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접경지 주민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50년 넘게 초소 통과와 허가 절차를 반복해야 했던 철원군 정연리 등 마을 주민들에게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일상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또한 효용을 다하거나 경관을 해치는 대전차 방호벽 등 23개소의 노후 군사장애물이 철거 대상에 포함되면서 도시경관과 교통 여건도 나아질 전망입니다.
평화경제특구 꿈꾸는 파주의 구상
지자체 중에서는 파주의 움직임이 가장 빠릅니다. 손배찬 파주시장 당선인은 이번 조치를 70여 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한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자, 파주가 평화와 경제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되었는데요.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가속화해 글로벌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산업단지 근로자 공동복지센터 설치로 노동 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입니다. 관광 분야에서는 리비교 평화문화 랜드마크와 임진각 평화누리 인프라 확충, 허준 한방약초마을 조성 등을 통해 세계적인 평화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물론 이런 청사진이 현실이 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우선 투기 우려를 막기 위해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부대별 작전성 검토와 지형 측량을 거쳐 준비가 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해제 지역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서두르기보다는 차근차근 안보 태세를 유지하면서 규제를 푸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규제 완화를 넘어선 과제
사실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지역이 저절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단순한 규제 완화만으로는 부족하고, 토지이용 및 도시계획의 정교한 수립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실질적인 성과가 나옵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남북 간 신뢰 회복과 평화 환경 조성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상호 신뢰가 구축되어야 접경지역 개발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요. 안보와 삶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평화 정책 비전 없이는 이번 조치가 일시적 유효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손 당선인 역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 주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군부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평화가 곧 경제가 되는 풍요로운 파주, 나아가 경기 북부의 미래를 위해 규제 완화는 이제 막 시작된 첫걸음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