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3년 5개월 만에 열린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습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모든 사실을 밝히지는 못했지만, 밝히지 못했던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러나 청문회 현장에는 핵심 증인들의 책임 회피와 모호한 답변이 이어졌고, 그 속에서 유족들의 절규와 의료진의 가슴 아픈 증언이 더욱 극명하게 다가왔습니다. 특조위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는 한편, 앞으로 6개월간 조사를 이어가 9월 중 1차 결과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장을 되짚어보는 의료진의 증언
청문회에서 가장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당일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 것은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의 증언이었습니다. 의료지원을 맡은 최한조 교수는 “임시 응급의료소가 없었고, 지시도 없어 각자 알아서 구조해야 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특히 산소통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던 신혼부부 여성에게 기관 삽입 등 필요한 처치를 했지만, “산소통이 없어 눈물을 삼켰다” 고 진술했습니다. 구급대는 많았으나 장비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가져온 의료 물품이 모두 소진되는 등 자원 배분의 혼란도 심각했습니다. 이 증언은 단순한 지연이나 과실을 넘어, 초동 대응 체계의 근본적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책임의 고리를 찾지 못한 채
청문회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전 경찰청장 등 당시 재난 컨트롤타워의 핵심 인물들이 증인으로 섰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은 상호 책임 전가의 양상을 뚜렷이 보였습니다. 이상민 전 장관은 참사 다음 날 새벽 현장이 “조용했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족의 공분을 샀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지연에 대해 “긴급한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해 논란을 더했습니다. 박희영 구청장은 대통령실 이전 관련 전단지 제거에 직원을 동원한 사실에 대해 직권남용 의혹을 받았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이로 인한 업무 과중이 참사 당일 업무 공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각 기관이 서로의 행정적 부담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명확한 책임 소재는 더욱 흐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남은 질문과 향후 조사의 방향
청문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증인 한 명의 진술을 듣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특조위는 재판 기일 조정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했다며 고발을 결정했는데요. 유족들은 청문회 마지막에 상영된 참사 당일 신고 기록 영상을 보며 오열했고, “증인, 진실을 말하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으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특조위는 이번 청문회에서 확보한 79명의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6개월간의 본격적 조사에 돌입합니다. 과연 이 조사를 통해 참사 예방과 대응 실패의 연쇄적 고리가 규명되고, 유족들이 바라는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가 남은 핵심 과제입니다. 청문회는 사건의 총체적 그림을 일부 조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과 갈등을 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